[책마을] 환경파괴 개발 vs 환경보호 사업…'녹색개발'에 길을 묻다

건설산업 왜 아직도 혁신인가 | 김수삼 지음 | 생각의 나무 | 463쪽 | 2만5000원
4대강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환경 파괴적 개발'과 '환경 보호적 사업' 사이의 가치 판단이다. 답답한 것은 일도양단의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개발은 원천적으로 환경 파괴를 수반한다. 그렇다고 모든 개발을 죄악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결국 보존과 개발의 효과를 놓고 비교우위를 따져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건설산업을 좀 더 혁신하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단순한 보존보다 인간이 신뢰할 수 있는 '녹색개발'이 가능해진다면 환경 파괴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기 일쑤다. '건설산업 혁신'이라는 화두가 워낙 포괄적이어서 실행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건설산업 왜 아직도 혁신인가》는 기존 논의보다 훨씬 치밀하고 강력한 혁신 방향과 대책을 제시한다. 30년간 한양대 건설공학과 교수와 부총장으로 일하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수삼 원장을 포함해 32명의 전문 건설인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지금까지 나온 건설산업 혁신 방안을 총체적으로 정리하고 향후 과제까지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책은 모두 4개 장으로 이뤄졌다. 1장에서는 한국 건설산업의 근대화 과정과 건설인들의 국가적 기여를 평가했고,2장에서는 건설산업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공공공사 발주체계의 후진성,부실공사,부패고리 등 치부도 가감없이 꼬집었다. 해외 건설의 진출 방향과 수주 실적 등도 새로운 관점에서 진단했다.

3장에서는 세계 건설 시장의 흐름과 주택 · 부동산 시장 전망,세계 건설 트렌드를 분석했다. 또 세계 각국의 혁신 컨셉트인 '녹색건설'의 현황과 실현 가능 방안도 짚었다. 4장에서는 향후 건설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3R운동(Re-Thinking,Re-Engineering,Re-Branding)'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건설 관련 정부 조직의 전면 개편,중소 건설업 진흥을 위한 특단의 조치 등 10가지 방안까지 내놓았다. 건설 · 건축 · 부동산의 용어 구분도 쉽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공감하기 어려운 담론이다. 하지만 건설업계 종사자나 건설인,건설 관련 전공자 등에게는 시원한 한 줄기 바람 같은 책이다. 도처에 흩어졌던 '건설산업 혁신'에 대한 자료를 한몫에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