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주홍글씨의 그녀는 그렇게 일어섰다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초록 강 | 곽한나 수녀 지음 | 진명출판사 | 272쪽 | 1만원
곽한나 수녀(65 · 성공회)가 쓴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초록 강》은 신앙 고백서라기보다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는 과정을 그린 치유 에세이다.

1990년대 중반 6년간의 캐나다 수녀원 생활을 마치고 당시 대한성공회 부산교구장이던 김분도 주교의 요청으로 귀국했던 그는 수녀회를 설립하라는 임무를 받고 모금운동을 벌이던 중 '정결서원'을 깨뜨리고 만다. '주홍글씨'를 새긴 채 혹독한 비난과 냉대 속에서 도망치듯 떠난 곳은 영국의 봉쇄수녀원.방향 감각을 읽고 있던 자신을 침묵과 기도만이 가득한 봉쇄수도원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심해지는 우울증,청심환과 수면제를 먹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던 번뇌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은 끈질긴 기도였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곁을 지킨 호스피스 봉사활동 등은 또다른 기도와 감사로 이어진다. 수도자라는 존재에 대해 던진 끊임없는 자문(自問)과 고독감은 신과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