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앙銀에 막강 권한…금융감독까지 넘기기로

2012년 금융감독청 폐지키로
금융강국 영국에서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하던 금융감독청(FSA)이 사실상 폐지되고 중앙은행(BOE)으로 감독 기능이 이전될 전망이다. 10여년간 지속된 영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슈퍼 중앙은행'의 등장이 눈앞에 다가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7일 "영국 정부가 FSA를 폐지하고 중앙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1997년 이후 최대의 금융 대수술을 단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런던에서 금융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례연설에서 "1997년 노동당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만들어진 FSA는 각종 정책 및 감독 실수로 금융위기를 심화시키고 국가 재정 부담을 늘린 데 결정적 책임이 있다"며 "2012년까지 FSA를 쪼개고 축소해 새로운 금융감독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동당 정권하에선 BOE,FSA,재무부 등 3대 조직이 금융정책과 관련해 역할 분담을 해왔지만 이제 대부분의 권한과 책임이 BOE로 집중되게 됐다.

영국 보수당 신정부의 금융개혁 조치로 FSA는 금융회사들이 기본적인 각종 법규를 준수하는지 여부만 살펴보는 기구로 축소되게 됐다. 대신 은행,투자은행,보험사 등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는 FSA의 기존 조직 대부분은 BOE로 이관된다. 오즈번 장관은 소비자 보호와 시장을 관할하는 기구도 새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머빈 킹 BOE 총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 총재가 될 것"이라며 "BOE는 통화정책 기능 외에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 예방 역할까지 맡게 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새 정부의 감독기구 개혁안에 따르면 FSA 조직의 대부분은 BOE 산하에 있는 일종의 '규제자문기구' 형태로 재편된다. 이 기구는 킹 총재가 주관하는 금융정책위원회의 주요 결정을 지원하는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오즈번 장관은 "금융정책위원회가 영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통제할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젤라 나이트 영국은행연합회장은 "일상적인 법률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기능과 시장 안정을 위한 규제 자문 기능을 분리하는 것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시행하는 것으로 매우 논리정연한 대책"이라며 "이번 결정은 금융감독 시스템을 보다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슈퍼 감독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은행 투명성 강화와 글로벌 은행세 도입 등 금융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는 스페인 재정적자 위기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열려 구제금융 집행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스페인은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수익률(발행금리)이 크게 오르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에서는 주요 대형 은행들까지 정상적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IMF와 EU 등이 스페인에 대해 구제금융을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