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딜레마 "집값도 잡고…거래도 활성화"

News+ 묘책 찾지 못한 비상경제대책회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해법 찾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집값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거래도 활성화하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에서다.

이 대통령은 17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 관련 부처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민간 부문의 자문까지 얻었다. 그렇지만 똑 부러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 다른 방향으로 튀는 두 마리 토끼를 한 사람이 잡는 숙제였으니 당연한 귀결로도 보인다. 매주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안건이 다뤄진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처음 논의한 지난 4월23일에는 지방 미분양 해소 및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곧바로 발표됐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주택가격 안정 기조는 지속돼야 한다"며 "정부 정책은 실수요자를 배려해 거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택은 투기가 아닌 주거 목적이라는 큰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팔리지 않아 불편을 겪는 실수요자들을 살필 수 있도록 주거 안정 측면에서 정책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장에서 주택이 제대로 거래되지 않는 것은 수요심리 위축으로 매수 기반이 취약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가(假)수요를 꽁꽁 묶어 놓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규제를 완화할 때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후문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 시장심리 개선책을 내놓았다가는 부동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흘러들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래 부진을 손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게 고민이다. 정부 당국자는 "비상경제대책회의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며 "주택 구입자금 지원이 부진한 상황 때문이라면 대상과 조건을 따져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있다. 이 대통령이 내린 두 가지 구체적인 지시다. 하나는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민간 아파트 공급이 위축된다면 보금자리주택 공급 시기 조정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 보라는 주문이다. 다른 하나는 집값 하락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 전셋값이 급등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저리(低利)의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