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또 사상 최고…각국 사재기 경쟁

금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경기회복 지연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사재기'에 동참한 것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8.20달러(1.5%) 오른 온스당 124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이전 최고치였던 지난 8일 1245.60달러를 크게 넘어선 것이다. 데이비드 위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이 한때 달러에 대한 불안감으로 유로에 투자했지만 유로마저 믿을 수 없게 되자 금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화폐와 달리 유형의 가치가 있고 특정 국가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금융위기 이후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로화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과 중앙은행들이 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 CNN머니는 각국 중앙은행들도 금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1997년 이후 처음으로 금을 순매수했다. 특히 인도와 중국 러시아가 금 시장의 '큰손'이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엔 필리핀과 카자흐스탄도 금 사재기에 뛰어들었다.

WGC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선 러시아가 가장 많은 금을 사들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분기 12억달러 규모인 26.6t의 금을 매입했다. 필리핀(9.6t)과 카자흐스탄(3.1t)이 그 뒤를 이었다.

인도는 아직 올해의 금 매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 내역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중국도 지난해 4월 2003년 이후 454t의 금을 외환보유 자산에 추가했다고 밝혔을 뿐 상세한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