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사업 표류, 주민 피해만 키우는 것 아닌가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전국 광역 ·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이미 진행중인 각종 공사와 사업들을 중단하거나 유보할 것을 주장하고 나서는 사례가 잇따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사업자와 관련 공무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지방 행정이 혼선에 빠진 것은 물론,공정이 상당 부분 진척된 사업을 뒤집거나 백지화하는 데 따른 막대한 예산 낭비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의 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기존 사업의 중단이나 수정 여부는 보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검토한 후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 당선자들의 반대로 인한 행정 혼선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도권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이다. 의정부의 경우 절반 이상 진행된 공사가 곧 중단될 예정이고,기본 설계까지 마친 김포는 아예 중전철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용인은 다음달로 예정된 개통이 연기되는 등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용인의 한국외국어대 영어마을 조성사업,안산의 복합 돔구장 건설,인천의 강화조력발전소 건설사업과 굴업도 개발사업, 광주 광역시의 도시철도 2호선 사업 등도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일부 사업들은 수요 조사를 터무니없이 낙관적으로 했거나 예산 제약을 무시하고 선심성으로 추진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업들은 마땅히 재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의 반대로 갈등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처럼 중단하거나 뒤집을 경우 그 피해만 커지는 사업들이 적지 않다. 4대강의 경우 이미 4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갔다. 전체 사업 공정률은 17.7%에 이르고 핵심기반시설인 보(洑) 설치 공사는 36%가 진행됐다. 보를 짓다 만 채 방치하거나 준설을 중단하면 홍수 피해는 물론이고 또다른 환경재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단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최근 "지자체가 주민의 뜻을 모아 끝까지 반대하면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당선자의 완강한 반대를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사업 중단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당선자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업이나 공사가 합당한 이유없이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결국 그 지역 주민들이다. 당선자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수요 타당성 조사가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뒤집을 경우 예산 낭비가 얼마나 심각한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공약 실천에 앞서 주민의 진정한 편익을 위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한지를 철저히 검토해 보다 신중하게 사업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