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 (43) 한화건설 집수리 봉사‥벽지 바르고 환기통 달고…세상 밝혀준 '사랑 나눔'

2005년 시작…500여채 무상수리, 노숙인 쉼터 '드롭인센터' 기부
겨울엔 김장담그고 연탄도 날라…근무중 봉사 인정, 직원 90% 참여
"집 출입문에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가 무척 불편했는데 한화건설 직원들이 와서 고쳐준 뒤로는 외출하기가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집밖으로 자주 나다니지 못하고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았던 지난 시절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

서울 종로구 창신동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임세진씨(48 · 여)는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목발과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문에 높은 턱이 있었다는 것도 수술 후에야 알게 됐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턱 낮추는 공사를 벌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휠체어를 집에 두고 목발을 사용했고,목발을 사용하기가 불편하다고 느끼면서 집에만 있게 됐다. 지난해 7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한화건설 직원들이 찾아와 집 앞의 턱을 없애고 휠체어 전용길을 내준 것이다. 임씨는 "휠체어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이동이 편리해졌다"며 "동네 슈퍼마켓에서 필요할 때마다 장을 볼 수 있게 됐고 바람쐬러 나들이도 자주 간다"며 환하게 웃었다. ◆가진 기술을 활용한 나눔

한화건설이 집수리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한화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의 첫걸음이었다. 당시 건축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이근포 사장은 "건설회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집을 짓고 고치는 일"이라며 '사랑나눔 집수리 사업'에 뛰어 들었다.

지금까지 고친 집은 500채가 넘는다. 추운 겨울철을 빼곤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봉사에 나선다. 매년 4월부터 6월까지는 서울시 사회복지사들과 연계해 수리가 필요한 집을 찾아나선다. 서울시 은평구 구파발동에 살고 있는 김이숙씨(52) 집도 그 중 하나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그는 다니던 식당일도 접었다. 고등학생인 딸이 아르바이트로 벌어온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6평짜리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다. 환기도 안 돼 곳곳에 곰팡이가 폈던 집안은 작년 한화건설이 환기구를 설치하고 방습공사를 한 이후 확 달라졌다. 김씨와 딸은 집안 환경 때문에 생겼던 피부 질환이 많이 나아졌다며 기뻐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늘어나는 노숙인을 위해서도 건설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노숙인의 재활을 도와주는 여러 후견기관과 손 잡고 쉼터를 지어 기부한다. 서울시 곳곳에 설치된 '드롭인센터'는 한화건설이 지은 것이다. 드롭인센터는 노숙인이 언제든지 들러 목욕이나 빨래를 하고 식사와 이발 등의 서비스를 받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구세군이 처음으로 '쉬러 들른다'는 의미인 'drop-in'을 사용하면서 유래됐다. 용산에 국내 최초인 여성전용 드롭인센터 '우리들의 좋은 집'도 기부했다.

서울역에 있는 '아름다운 가게'도 한화건설 작품이다. 한화건설은 아름다운 재단이 기부한 물건을 싼 가격에 팔아 여기서 나온 이윤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이 가게의 공사는 물론 인테리어까지도 맡았다. ◆최대 효과 위해 낮은 곳으로

한화건설은 사회공헌활동의 초점을 장애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노숙인에 모으고 있다. 자력으로 일어서기 힘든 계층을 골라 지원하는 것이다. '사랑나눔 집수리 사업'과 '드롭인센터' 이외의 다른 사회공헌활동도 마찬가지다.

건설 기부 외에 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은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비롯 문화체험활동,무료급식 지원 등이다. 모두 저소득층 자녀나 장애인,노숙인들이 지원 대상이다. 겨울에 벌이는 '김장 담그기'와 '연탄나르기'도 소외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서울 장교동 본사 식당에서 일일호프를 열어 수익금을 무료 노인 전문요양시설에 보낸다.

사회공헌 업무를 맡고 있는 이제동 인력팀 부장은 "회사 규모가 다른 대기업에 비하면 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자원도 제한적이다 보니 어려운 이웃 돕기에 주력하게 됐다"며 "처음엔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었지만,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무언가를 많이 배우게 된다"고 전했다.

한화건설의 사회공헌활동은 소외계층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최민아 성동구청 사회복지사는 "장애 아이들은 야외 활동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한화건설 직원들이 매번 찾아와 도와주니까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양우미 은광지역 아동센터(서울 은평구) 사회복지사도 "공연을 볼 기회가 많지 않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준비한 연극을 보여주고 직접 참여시키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 참여 독려로 기부 문화 확산


한화건설은 봉사활동에 전 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회공헌조직을 따로 꾸리고 직원들의 공헌활동을 '숫자'로 관리한다. 참여율이 높으면 표창 등 인센티브를 준다. 직원들의 봉사활동 실적을 개인별 본부별로 나누고 저조한 순서대로 우선 봉사활동에 참여토록 한다. 올해 사업은 작년 실적을 고려해 모두 배정된 상태다.

작년엔 해외 파견자가 많은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환경사업본부만 70% 안팎에 머물렀을 뿐 주택영업본부 지원본부 해외사업실 기획실 국내영업본부 건축사업본부 등 6개 본부는 90%대의 참여율을 나타냈다. 직원들의 기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매칭그랜트'와 '유급자원봉사'제도가 그것이다. 매칭그랜트 제도는 직원이 기부하면 회사도 그만큼을 더 내 기부금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또 유급자원봉사제도를 통해 직원이 근무시간을 이용해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을 허용해주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