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물환 규제로는 부족하다

자본이동 우회방법 열려있어
금융거래세 도입 검토해볼만
정부가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여가 지났다. 은행과 기업 등의 선물환 포지션을 제한하고 외화대출을 까다롭게 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그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자본시장이 본격 개방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경제는 외국자본의 갑작스런 대규모 유출입으로 빈번한 환율 급등락과 두 차례의 위기를 겪어야만 했다. 이번 조치가 외환위기 이후 지나치게 개방된 금융시장을 다소나마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란 평가도 있으나 자본이동의 급변동을 근본적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은행들이 선물환 포지션 축소를 우회하는 방법이 열려 있다는 점이 한 예다. 외은지점에 대한 포지션이 축소되더라도 외은지점 대신 해외 본점이나 여타 아시아지역의 지점 등이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이 경우 외은지점의 외화차입으로 생기는 단기외채는 줄어들겠지만 외국인의 채권보유에 따른 외채는 늘어나게 된다. 주체만 달라질 뿐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외채가 늘어나는 결과는 마찬가지다. 최근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외은지점 대비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1.4배 이상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은행들이 선물환 수요를 충분히 받아주지 못할 경우 기업의 환위험 헤지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기업엔 부담이다.

이번 조치의 한계를 보완하는 유력한 방법으로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생각할 수 있다. 때마침 G20에서 다양한 금융안정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현재 G20 차원에서 논의되는 은행세는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안정부담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안정부담금도 자본이동의 마찰계수를 높여 자본유출입 변동을 완화시키겠지만 보다 효과적인 방안은 금융거래세일 것이다. 개별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겨 빈번히 드나드는 단기성 자금흐름의 기대수익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관심이 적어 당장 채택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시간을 두고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지지의사를 모은다면 도입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특히 향후 금융시장 개방 진전으로 자본이동 급변동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중국 등 거대 신흥국과의 연대를 통해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다. 자유로운 자본흐름을 주장해왔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이제는 자본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규모 개방경제의 금융위기는 대부분 급격한 외화유출입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설득한다면 신흥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G20회의를 개최하고 의장국이 된다는 것은 향후 세계경제질서 형성 과정에서 우리가 제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신흥경제권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 흐름상으로 보아도 국제공조 강화 노력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신흥국의 외환사정은 올해와 내년보다는 2~3년 후가 문제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의 금리인상과 달러 등 주요 통화의 강세전환이 이뤄질 경우 서브프라임 위기 후 경기회복이 빠른 신흥시장으로 몰려든 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취약국을 중심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등의 재정긴축과 민간부문의 디레버리지로 신흥국들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리라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앙은행간 외환스와프협정을 상시화 · 제도화하는 동시에 G20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금융안정망 구축에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민영 LG경제硏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