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벤처캐피털 '엔터' 투자비중 확 줄여

고위험.고수익 업종 기피
보통주보다 우선주.CB투자, 제조업.서비스.교육 비중 늘려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 성향이 보수화하고 있다.

21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들은 보통주보다는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우선주나 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위험 고수익 업종에 대한 투자를 크게 줄이고 업력이 높은 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잠재성이 높은 초기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기능이 취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캐피털의 전체 투자유형 중 우선주가 41.0%,주식연계채권(CB,BW)이 22.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프로젝트 투자는 18.4%,보통주는 11.0%에 머물렀다.2006년만 해도 보통주 투자 비중이 40.5%로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최하위를 나타내고 있다. 벤처캐피털들이 우선주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보통주보다 투자자금 회수가 쉽기 때문이다. 상환 우선주나 전환 우선주 형태로 투자해 기업이 청산하거나 배당을 할 때 우선 순위에 서겠다는 뜻이다.

대신 의결권이 없는 만큼 기업 경영에는 간여를 하지 않겠다는 것.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대신 리스크를 짊어지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CB,BW 투자가 늘어난 것 역시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투자했다가 기업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주식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업종별로는 '고위험,고수익'업종의 대명사로 불리는 엔터테인먼트 투자 비중이 확 줄었다. 작년의 경우 전체 투자액 중 엔터테인먼트 비중이 40.5%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24.2%로 2위에 머물렀다. 대신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 업종 투자비중이 작년 29.7%에서 올해 31.6%로 늘어나며 1위에 올라섰다. 또 일반제조업과 서비스,교육 등도 지난해보다 비중이 증가했다. 업력별로는 후기단계(설립 후 7년 초과)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30.5%에서 46.4%로 크게 늘었다. 3년 이내 초기단계 기업 투자 비중은 25.1%에서 29.8%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외부 투자가 가장 절실한 중기단계(3~7년)기업은 44.4%에서 23.8%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초기,중기,후기 기업 투자비중이 각각 30%대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한편 올해 1분기 투자실적 기준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157억원(조합투자 포함)을 투자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스톤브릿지캐피탈(98억원)이었고 한화기술금융,일신창업투자,원익투자파트너스,엠벤처투자,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CJ창업투자,LB인베스트먼트 순이었다. 창투사 숫자는 올해 2곳이 말소되고 6곳이 새로 등록해 6월 현재 105개로 조사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