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시간…'폭포식 강의'에 빠진 LGD

권영수의 캐스캐이딩경영
사장→임원→팀장 릴레이 강의…퇴근후에도 강의 준비 열공
"전 조직이 비전공유하자"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 가려면 '하고싶다' 동기유발 리더십 필요
LG디스플레이의 부사장급 이상 임원들은 요즘 업무만큼이나 강의 준비로 바쁘다. 권영수 사장이 시작한 릴레이 방식의 강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최근 임원들을 모아 놓고 5시간 넘게 일하는 방식과 비전에 대해 강의했다. 임원들은 이 내용을 완벽히 소화한 뒤 팀장급을 모아 놓고 비슷한 시간만큼 강의해야 한다.

계단식 폭포처럼 아래로 퍼져 나간다고 해서 '캐스캐이딩' 방식이라고 부른다. 권 사장이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세계 1위에 오르려면 전 조직이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사장이 5시간 넘는 강연

권 사장은 올해 초 수익성 면에서 2011년에는 확고한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실제 1분기 영업이익률에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를 제치며 목표에 한걸음 다가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권 사장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비전 11'로 불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함한 고위 임원들의 리더십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 것."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려면 리더십이 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임원들을 모아 놓고 5시간 넘게 강연했다. 비전과 일하는 방식, LG디스플레이의 지향점 등을 다 쏟아냈다. 그리고 각 조직별 최고 책임자들이 다시 부서별 팀장들에게 강의를 통해 이를 전달하도록 했다. 물론 여기에는 각 사업부별 비전도 함께 들어 있어야 한다. 릴레이식 강의는 지난달 7일 패널센터를 시작으로 오는 28일 최고재무책임자(CTO)가 이끌고 있는 조직까지 하면 마무리된다. 고위 임원 9명의 강의를 듣는 팀장급 인원만 해도 1200여명이다. 팀장들은 다시 팀별 워크숍을 통해 일반 직원들에게 LG디스플레이가 앞으로 갖춰 나갈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무엇인지 전달할 예정이다.

◆가보지 못한 길 가려면…


강연을 제안한 권 사장은 "기술력,생산성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이제는 직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새로운 리더십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제와 관리형(Push & Drive) 리더십에서 탈피해 직원들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감성형(Pull & Care)'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가 강의한 핵심 내용이다. 통제와 관리를 통해 억지로 일을 시키면 눈앞에 가능한 목표만 달성할 수 있지만 감성형 리더십을 발휘하면 상상하지 못했던 목표까지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사장은 "세계 일등이 이미 돼 있지만 경쟁사보다 훨씬 앞서가려면 한번 더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신의 요체에 대해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에서 성공하려면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전 11 리더십의 핵심 가치로 인간 존중,극한 도전,비전 달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인간 존중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조직원들의 열정을 이끌어낼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리더들이 경청과 배려를 통해 구성원을 이끌면 창의와 자율 문화가 만들어지고 여기서 '하고 싶다'는 열정도 샘솟는다는 얘기다.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한 후 다음 과제로 목표 관리를 내세웠다. 누구도 달성할 수 없는 새로운 목표를 향한 극한 도전과 비전을 세워 조직원들이 열정을 표출할 곳을 만들줘야 한다는 것.권 사장은 "쉬운 일은 경쟁사가 금방 따라와 재미없지 않겠느냐"며 "어려움이 클수록 더 반기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