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짜리가 28억…초고가 주택 경매시장서 '굴욕'

"관리비 비싸고 환금성 떨어져"
응찰자 없어 3회 유찰도 속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243㎡.경매로 나온 첫 펜트하우스인 데다 감정평가액도 55억원으로 역대 경매 아파트 최고가여서 큰 관심을 모았다. 올 1월 법원경매에 등장한 이 물건은 세 차례 유찰돼 현재 최저 경매가는 감정평가액의 51%인 28억1600만원까지 떨어졌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고급주택으로 꼽히는 청담동 상지리츠빌 전용 211㎡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1년 9월 준공된 이 빌라형 아파트(빌라트) 역시 세 차례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감정평가액의 51%인 14억3360만원으로 최저 경매가가 낮아졌다. 내달 7일 경매에서 매수자가 나서지 않으면 최저 경매가는 11억4688만원으로 59%나 뚝 떨어진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매에 나오는 초고가 주택이 늘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지역 10억원 이상 고가 경매주택 건수는 503건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00건을 돌파했다. 고가 주택들의 인기는 시들하다. 응찰자가 없어 최저 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50~60%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10억원 이상 주택은 경매 2회 유찰이 대부분이고,20억원을 넘으면 3회 유찰되는 경우도 흔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실리형'을 좇아 고가 · 대형보다 관리비 등 부담이 적고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중소형으로 몰리면서 초고가 주택 수요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집값의 하락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큰 초고가 주택들이 투자 매력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와 고급 빌라의 경우 토지 지분이 많지 않아 향후 재건축이 어려워 집값 내림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시세차익을 낼 수 없다"며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관리비나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들이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수요자라면 낙찰 패턴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매입찰 전문업체인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대표는 "20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3회 유찰돼 최저경매가가 감정평가액의 절반선까지 떨어지면 가격메리트가 부각돼 응찰자가 늘어나면서 낙찰가가 다시 70%대로 치솟는다"며 "고가주택 실요자들은 3회 입찰에서 최저 경매가보다 약간 높은 금액으로 응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