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인플레 막는건 국민재산 보호하는 것"…금리인상 임박 시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듣는다
전세계 휩쓴 경제위기 후 韓銀 금융안정 역할론 대두
글로벌 시장 견고한 회복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금융안정 기능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이 병렬관계는 아니며 물가안정이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김 총재는 2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 위기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병에서 회복된다고 해서 옛날 체력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강연에 이어 출구전략과 중앙은행 역할에 대해 참석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최흥식 연세대 교수=출구전략과 관련해 지금 금리를 1~2%포인트 올려도 큰 문제없다는 이들이 많다. 한은은 뭘 고민하고 있는 것인가. 금융안정 역할을 한은이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호주가 금리를 6번 올렸고 칠레도 올렸다. 이들은 자원이 있는 나라다. 우리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소기업 가계 부채 등 모든 것들이 고려 대상이다. 금융감독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캐나다는 통합감독기관을 두고 있지만,이탈리아 등 상당수는 중앙은행이 금융감독 기능을 갖고 있다.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병렬관계로 둔 것은 아니다. 물가안정이 우선이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이자율 인상을 권고했고 최근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했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은행세와 외환보유액,환율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 한은 독립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듣고 싶다.

▲김 총재=중앙은행 총재가 금리와 환율 수준,외환보유액의 많고 적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난감한 일이 없으니 이해해 달라.GDP갭이 이미 플러스라고 했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여러 계산법이 있다. 하반기에는 플러스가 될 것이다. 위기유발 국가에서는 은행세가 중요하지만,그렇지 않은 국가에서는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두 국가군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같이 가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국제공조가 실(失)은 아니다. 자본시장을 개방할 때 무엇을 기준(anchor)으로 삼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환율이 굉장히 개방돼 있다. 캐피털 마켓에서 변동성이 너무 크면 문제다. 한은의 독립성이라는 표현은 법에 없고 중립성 자주성 자율성이 규정돼 있다. 금통위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 상당히 많은 참고 자료들이 들어오지만 이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금통위는 합의제다. 금통위가 열리면 며칠간 침묵기간(silent days)이라고 사람을 만나지 않고 그 문제에 대해 몰두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영과 한국증권금융 사장=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 압박을 받는 국가들이 생겼다. 이들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김 총재=과거 인플레를 통해 국가 부채를 줄인 사례가 있었다. 미국 같은 경우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엉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인플레를 통해 국가부채를 처리할 상황은 아니다. 물가를 관리하지 않고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G20에서 규제에 대한 정책 공조가 과연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금융안정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룰지 궁금하다. ▲김 총재=금융안정에 대해 무슨 합의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월 회의가 그래서 중요하다. 중앙은행에서 거시건전성 강화가 주제가 아니라 구조적 위험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주제다. 다만 구조적 위험의 정의는 다 다르다. 변화의 과정에 있다고만 말씀드리겠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정책 당국자들이 조심스럽게 자본통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 총재=엘런 블라인드의 '조용한 혁명(quiet revolution)'이라는 책을 보면 가끔 중앙은행은 시장 의견을 거슬러야 할 때가 있다. 선물환 규제는 사실 중앙은행 소관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막으라는 것은 국민들이 '내 재산을 보호해 달라'는 의무(mandate)를 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것이 한은 독립성 최후의 보루다. ▲현정택 인하대 교수=물가안정 목표(3±1%)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많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이 선거 패배요인이라는 얘기도 들리는데 정치적 논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구조조정보다는 불확실성 해소가 더 큰 해결책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김 총재=그렇지 않아도 총재 취임 전에 물가안정 목표를 누가 정했는지에 대해 한은에 물어봤다. 금통위에서 정했다고 하더라.지금 위기 상황을 보면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지만 몇 년 전 석유 가격이 배럴당 140~150달러 갈 때는 이 목표를 지키는 것도 어려웠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지 말라는 점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는 100% 동의한다. 어려운 것이 구조조정이다. 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좀비 같은 기관들이 있는 상태는 벗어나야 한다. 신용보증 등 여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창업하는 데 쓰여야 한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세계 금융이 충격받을 때마다 우리 경제에 5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가 들어왔다 한다. 환율도 100원씩 수시로 올랐다가 내린다. 외환시장 육성,그리고 한 · 중 · 일 3국간 공조 계획에 대해 알고 싶다. ▲김 총재=김 원장이 얘기한 것은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 이를 정책적으로 키우는 것은 검토해야 하지만 정부가 주도할 문제다. 한 · 중 · 일 3국 중 일본과는 통화스와프가 체결됐고 중국과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공조체제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리=박준동/이상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