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라운지] PN풍년 "압력솥 1위 기술력으로 소형가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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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점유율 70%"이곳 생산현장에서만 벌써 30년째입니다. 주조 가공 조립 등 안 해본 게 없죠.눈을 감고 손끝만 대도 압력솥의 불량품을 찾아낼 수 있어요. "
30년 이상 숙련공이 경쟁력
올초 출시된 믹서·전기오븐 인기
22일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PN풍년(대표 유재원) 생산라인에서 만난 이영식 직장장(62)은 유압프레스에서 나오는 내솥의 품질을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우리 회사가 만든 압력솥은 항아리처럼 숨을 쉬어 밥맛이 찰진데 이는 730도가 넘는 알루미늄 용액을 숙련공들이 손 감각으로 일일이 부어 만드는 장인정신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N풍년은 1954년 설립된 압력솥 전문 생산업체로 연간 110만여개인 국내시장에서 70만~80만개를 팔아 휘슬러 테팔 등 외국기업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7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창동 부사장은 "풍년압력솥은 1973년 출시된 이래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압력솥의 대명사가 됐다"며 "그동안 압력솥을 만들면서 쌓은 기술력을 활용해 앞으로 믹서기 오븐 등 소형가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형가전의 판매 호조로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한 57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년 이상 장기근속자 다수
압력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솥은 알루미늄판을 유압프레스로 눌러 만들거나 알루미늄 용액을 주형(거푸집)에 부어 만든다. 이 회사는 주물성형에 강점을 갖고 있다. 주물성형은 알루미늄 용액의 주입 조건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다. 최소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숙련자만 가능하다. 생산직원 90명 중 8명이 30년 이상 근무했고,15명은 20년 넘게 생산 현장을 지켰다. 10년 이상 근무자도 50명이나 된다. 여 부사장은 "생산직 근로자는 대부분 초 · 중학교 출신이 많지만 생산기술 면에서는 모두가 박사"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특징은 국내 생산만을 고집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압력솥은 밥맛 유지와 안전성이 중요해 숙련된 근로자 확보가 관건이다. 기술 전수를 위해 국내 기술자와 국내 생산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7년간 생산현장을 지킨 박상걸 직장장(55)은 "10년 이상 일해야 숙련공이 되는 공정 특성상 잦은 이동으로 숙련 기술을 확보할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는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형가전 분야로 사업 다각화
지난해 '세광알미늄'에서 'PN풍년'으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올해 중저가 브랜드 'PN꾸노'를 론칭하고 소형가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정점에 와 있는 압력솥 시장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전기토스터 미니믹서 전기오븐 무선전기주전자 멀티포트 등을 내놨다. 대형마트 양판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초 출시한 소형가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아 이 분야에서 연간 8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엔 뚜껑 위에 달린 신호추 방식으로 압력을 조절하는 압력솥 대신 뚜껑 테두리에 달린 스프링으로 조절하는 신제품 '베르투'도 내놨다. 표면에 코팅제를 사용하지 않은 스테인리스 냄비 'PN파비움'도 출시해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여 부사장은 "올해도 5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내솥에 색상을 입히는 피막공정을 자동화하는 한편 소형가전 신제품 출시와 고가 가전제품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