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2) 새로운 발전모델…'3低 체제' 30년만에 종식 선언

中 경제 패러다임 대전환
中정부 "근로자 임금 더 받아야" 친노동자 넝책 가속화
일본 혼다자동차 중국 부품공장의 파업이 확산되던 지난 13일.중국상무부 웹사이트엔 "오늘날 중국의 근로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야오젠 대변인의 발언이 게재됐다.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의 정부당국이 노동자 파업에 대해 내놓은 첫 공식성명으로는 파격적이다. 중국정부가 위안화 환율결정 시스템을 바꾼 첫날인 지난 21일 위안화 가치가 1980년대 이후 최고치로 급등하자 관영 신화통신은 "수출기업들의 체질을 개선시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 절상=수출기업 몰락'이란 기존의 입장과는 180도 다른 태도다.

중국의 경제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키워드는 '3저(低) 체제의 극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평섭 베이징사무소장)이다. '3저 체제''3저 경제'란 저부가가치산업,저임금,저위안화에 기초한 개발형 발전모델을 지칭한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노동자 파업을 묵인하면서 앞장 서 최저임금을 20%씩 올리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위안화 환율도 절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출규제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저부가가치형 기업도 퇴출시키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의 발전모델은 파기되고 현실과 조화된 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양 소장)"고비용체제는 기피 대상이 아닌 극복해야 할 대상"(중국사회과학원 리샹동 세계정치경제연구소 부소장)이라는 게 중국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세계 3위지만 1인당 GDP는 세계 104위"(양제츠 중국 외교부 장관)라는 모순의 극복이 중국의 시급한 과제다.

임금인상은 그래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집권한 2003년 이후 중국에선 친노동자 정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노동법을 새로 만들고,중재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임금에 대해선 직접 손을 대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폭스콘 120%,혼다자동차 24% 등 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을 허용하는 한편 노사합의에 의한 집단적 임금계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임금조례 제정도 서두르기로 했다.

"노동정책의 마지막 단계인 임금체제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KOTRA 베이징 TBC 박한진 부장)로 풀이된다. "중국의 저임금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뉴욕타임스 6월12일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금인상과 더불어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키로 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저가형 기업을 양산하지 않겠다는 것"(중국사회과학원 위융딩 고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정치적 압력에 마지못해 환율을 손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새로운 환경에 도전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산업 구조조정이 해법

고비용구조에 대한 대응법은 산업 구조조정이다. 원재료를 수입해 단순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임가공이나,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산업의 중심축을 이동한다는 것.임금을 제대로 주고,수출가격도 제값을 받으려면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미 칼바람은 불고 있다. 저부가가치 업종에 대해선 대출규제나 토지이용료 인상 등으로 퇴출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로 부활한 섬유 등 일부 업종의 수출 부가세 환급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중국 상무부의 한 관리는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인수 · 합병(M&A)도 중요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중국정부는 10개 철강업체가 중국 전체 생산량의 60%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동차는 이미 연산 200만대 규모의 업체를 2개 안팎,100만대 이상업체를 7~8개가량 육성한다는 대형화 계획이 가동 중이다.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목표다.

◆피동에서 능동으로


중국 경제정책의 신 패러다임은 아직 뚜렷한 모습을 보이고 있진 않다. 그러나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KOTRA 박 부장)는 특징이 드러난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위안화 환율을 거론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위안화 절상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중국경제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환율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지난 주말 환율제도 변경을 발표한 인민은행은 "물가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복수바스켓 제도로 환율결정 시스템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중국의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은 올해 GDP 규모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설 정도의 경제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연쇄 파업으로 드러난 빈부격차 확대 문제와 위안화 절상압력으로 불거진 수출의존형 경제의 취약성 등 개혁 개방 30년의 발전모델이 갖는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를 갖추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