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증강현실…광고도 디지털 입혀야 먹힌다"

제일기획 '칸 광고제' 세미나
홀로그래픽으로 실감체험…개인 맞춤형 광고가 대세

허공에 영상을 띄워 마치 실제 공간에 물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3D 홀로그래픽 영상(홀로그램)',건물의 내 · 외부벽을 컴퓨터 영상으로 스캐닝한 후 꼭 맞는 입체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

이 같은 디지털 신기술이 광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광고 주류'라는 주제로 칸 광고제 조직위원회가 23일 프랑스 칸에서 여는 '제57회 칸 광고제'에서 제일기획은 이들 광고기법을 집중 조명키로 했다. 기존 불특정 다수에게 일괄적으로 뿌려지던 광고가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상호 작용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광고로 발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고제 세미나 발표자로 나서는 오혜원 제일기획 CD(제작팀장)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광고는 직접 와닿는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디지로그' 형태를 띤다"며 "소비자들은 브랜드와 더 직접적,개인적인 관계를 맺게 됐고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연사로 나서는 벤저민 팔머 TBG 최고경영자(CEO)도 "광고는 기존의 모든 기술이 융합돼 언제 어디서나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 파사드의 대표적 사례는 작년 말 서울대에서 정보문화학과 학생들이 선보였던 옥외 캠페인.서울대 문화관 외벽에 3D 영상을 투사,건물이 무너지면서 물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이 괴로워하며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표현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패션 디자이너 이광희씨의 자선 패션쇼에선 런웨이 뒤 벽에 영상을 투사해 아프리카에서 망고나무가 싹을 띄우고 숲을 이루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애니콜 '코비' 론칭쇼에서는 사운드 · 제스처 센싱과 3D 홀로그래픽 영상을 사용했다. 비보이 4명이 안무와 손동작을 통해 홀로그래픽 영상으로 제작한 대형 코비를 불러내고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내부 기능을 영상으로 불러내 시연했다. 올해 초 서울 광화문 아트홀에서 열린 공연에도 이 기술을 적용,국악인 김덕수씨가 장구를 연주하자 고목나무에 꽃이 피고 관객들이 박수를 치자 꽃잎이 공연장에 흔들리는 장면을 보여줬다. 오 팀장은 "원천 기술과 콘텐츠만 갖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복제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존 매스 미디어에도 이러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선 홀로그래픽 영상과 미디어 파사드 외에도 △소리와 동작으로 영상을 제어하는 '사운드 · 제스처 센싱' △실제 영상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응용 프로그램 '애플리케이션' 등의 신기술을 소개한다. 오 팀장은 "디지털 기술의 적용으로 광고는 마케팅 · 문화 · 공연 등을 아우르는 광의의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생활 속에서 항상 광고를 접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증강현실을 적용한 잡지로 눈길을 끌었다. 표지와 중간 중간에 인쇄된 사각형 바코드를 웹캠에 비추면 컴퓨터가 신호를 인지해 3D(3차원) 광고를 내보내는 것.광고 속 모델은 날씨가 바뀔 때마다 신상품으로 갈아입으면서 패션 트렌드를 짚어줬다. 팔머 CEO는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한 길거리 찾기 앱,외식업체의 배달 주문 앱 등이 모두 광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