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상임위 부결] "낮에만 공무원 1만2000명…세종시 '유령도시' 만드는 셈"

세종시 어디로 가나

세종시 수정안이 22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됨에 따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라는 세종시 청사진은 무산됐다. 정부는 원안대로 세종시를 건설하더라도 '원안+α'는 없다는 입장이다. 9부2처2청의 중앙행정기관을 이전하되,수정안에서 담고 있는 기업과 대학 등에 원형지를 싼값에 공급하는 등의 각종 인센티브는 자동 폐기된다는 것이다. 타지역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정안 폐기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수도의 분할을 의미하고,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자족기능이 떨어지는 '유령도시'를 만드는 꼴"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수도분할 시작되나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총리실을 비롯한 중앙행정기관은 2012년 말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외교통상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여성부 6개부를 제외한 9부2처2청(총리실 포함)이 이전 대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행정기관 이전 백지화를 전제로 세종시 수정 추진에 나서면서 정부청사 건축공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청사는 2008년 12월 말 1단계 공사에 착수한 뒤 2009년 2단계,2010년 하반기 3단계로 나눠 착공하기로 돼 있지만 현재는 1단계 공사만 진행 중인데,그것도 일부(총리실 건물)만 이뤄지고 있다.

행복청 관계자는 "원래 계획에는 총리실과 경제부처가 2012년 말 이전하기로 돼 있었지만 공사가 늦어져 1년가량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5~2016년에야 9부2처2청이 완전히 이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원안대로 중앙부처가 내려가는 것은 수도분할이며 이는 국정의 비효율뿐만 아니라 위기관리에도 상당한 문제점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권 관계자는 "수정안을 반대하는 야당이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는 것은 수도분할에 따른 역사의 책임이 무서워 이름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자족기능 부재 도시도시 성격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규정하고 있는 원안은 중앙 행정기관과 주거지역 위주로 도시계획이 짜여져 있다. 전체 면적 72.9㎢(2200만평) 가운데 기업 · 상업용지 등 자족용지는 6.7%에 불과하다. 산 · 저수지 등 공원녹지가 52.8%,공공시설 19.4%,주거용지 2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장부지는 80만㎡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면적의 1.1% 수준이다. 반면 수정안의 기업용지는 540만㎡로 원안의 약 7배에 달한다.

세종시 기획단 관계자는 "원안으로 가면 행정기관과 아파트 단지로 이뤄진 도시가 건설될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 창출도 미흡해 인구 50만도시를 달성하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원안에 따르면 아파트와 주택 등이 20만채 공급되지만 분양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9부2처2청과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1만2000명이 모두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도 20만호를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도시가 조기에 활성화 되지 못하면 처음에 이사를 갔던 공무원들도 나중에 가족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정안이 폐기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충청권(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라는 지적도 이래서 나온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