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대기업 관료주의 어떻게 없애나"…경영학 구루에 질문 던진 한화 3세

22일 서울 프라자호텔 그랜드볼룸.한화그룹은 세계적인 경영학 구루인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를 초청,'비약적 도약 & 한화의 미래'를 주제로 임직원 대상의 특별 강연회를 가졌다. 강연이 끝난 뒤 30여 명의 한화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질의 응답이 진행됐다.

첫 질문에 대한 답변이 끝나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CEO들 가운데 자리잡은 한 청년이 유창한 영어로 질문을 시작했다. "한화도 이노베이션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접근을 못했습니다. 한화 같은 오래된 조직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까? 또 이처럼 큰 기업에서 관료주의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바짝 올려 깎은 머리에 검정색 슈트를 입은 질문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비서실 차장(27).김 차장은 올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김 회장을 수행한 뒤 해외 채용 설명회,상하이 엑스포,제주 '한 · 중 · 일 비즈니스 서밋'등에 부친을 따라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내년 경영학 석사(MBA) 코스를 밟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다.

김 차장의 질문에 하멜 교수는 "혁신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역량(capability)"이라며 "IQ나 전문성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렌즈로 볼 수 있는 능력"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반대 의견을 내고 외부인의 시각으로 거꾸로 볼 줄 알아야 하며,회사가 잘못된 모델을 따르고 있지 않은가를 끊임없이 따져보는 것이 혁신을 이루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구급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배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멕시코의 시멘트 업체 세믹스의 사례를 들며 "혁신은 꿈꾸고 상상한다면 가장 재미없는 시멘트와 같은 굴뚝산업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동안 경영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멜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경영의 미래'의 저자로 월스트리트저널,포천 등에서 21세기 최고의 경영 구루로 선정됐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