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 마케팅] (10) LG '인종 화합'·맥도날드 '월드컵 에스코트'로 사회공헌

(10·끝) 10년 후를 투자한다
삼성전자 '유스 올림픽' 후원
미래의 고객 유소년 잡기
친환경 '그린 캠페인'도 눈에 띄어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인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가 열린 23일(한국시간) 더반의 더반 스타디움.양팀 선수들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는 한국 수비수 조용형이 김윤지양(7)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선수와 어린이의 공동 입장은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맥도날드가 2002년부터 후원하는 '월드컵 플레이어 에스코트'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1408명의 에스코트가 축구를 통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스포츠 마케팅의 영역이 스포츠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캠페인,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등 10년 후를 내다보는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와 감성적인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스포츠 마케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맞물려 소외 계층과 유소년을 후원하는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도 스포츠 마케팅 영역

LG전자가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미스터 신뢰'로 불리는 남아공 축구 선수 매슈 부스 후원에 나섰다. 이는 당장의 효과보다 장기적인 이미지 제고를 노린 포석이다. 부스는 흑인 패션모델 소냐 보네벤샤와 결혼,오랜 인종 갈등의 역사로 얼룩진 남아공에서 화해의 상징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방승환 LG전자 남아공법인 차장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들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5년이나 10년 후 더 커질 아프리카 시장에서 장기적인 승부를 펼치려면 마케팅 호흡도 길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웨토에 축구 트레이닝센터가 완성됐다. 센터 완공식에 AC밀란의 공격수 알렉산더 파투가 참석해 지역 주민과 함께 공을 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시설은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가 15년간 이어온 남아프리카 지역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마크 파커 나이키 사장은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을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며 "소웨토에 문을 연 축구 트레이닝센터는 지역 사회에 지속 가능한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 고객인 10대 공략

유소년을 위한 스포츠 마케팅도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뿐 아니라 컨페더레이션스컵,클럽 월드컵,풋살 월드컵 등 10여개의 대회를 주최하고 있지만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유소년 대상 축구대회다. 10대 청소년들이 장기적인 고정 팬으로 자리를 잡는 데다 글로벌 기업들도 젊은 소비층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FIFA는 지난해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팀이 8강에 진출한 'FIFA U-20 월드컵'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와 더불어 'FIFA U-17 월드컵' 유소년 축구대회를 2년마다 열고 있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은 "유스올림픽이나 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등은 큰 대회를 치르지 못하는 중소국가에서 스포츠 관련 인프라를 키워 세계 스포츠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유소년까지 스포츠 마케팅 타깃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는 유스올림픽이다. 오는 8월 처음으로 열리는 이 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24년 동계올림픽을 만든 이래 처음 창설한 스포츠 이벤트다. 참가 선수들의 나이는 14~18세로 제한된다. 권계현 삼성전자 스포츠마케팅 상무는 "유스올림픽에서 유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휴대폰 TV 등 다채로운 영역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지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모 루메 IOC TV&마케팅 서비스팀 디렉터는 "유스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도 역시 올림픽 공식 파트너(TOP)"라며 "스마트폰,페이스북,트위터에 익숙한 미래의 고객을 미리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녹색 바람' 불어

친환경을 표방한 스포츠 마케팅도 눈에 띈다. NBA는 지난해 한 주를 'NBA 환경 위크'로 정하고 재활용 유니폼을 입어 스포츠 팬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코카콜라는 올초 내부 개조 자동차대회인 내스카(NASCA) 경기장에 코카콜라 모형의 재활용 수거함을 설치,스포츠 팬들에게 자원 재활용 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NFL · NBA · NHL · MLB 등 4개 프로스포츠 50여개팀이 재활용,에너지 절감 및 효율성 증대,수자원 절약,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다양한 그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마크 맥셔리 프로그린스포츠 회장은 "매년 4대 스포츠 관람객 1억3500만명이 8만t 이상의 음식물 등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배출한다"며 "스포츠 구단들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스폰서의 브랜드 활용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장도 "스포츠 구단과 경기장이 친환경을 내세우고 그린 캠페인을 실천하면 기업들이 후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종 간 결합으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메디치 효과'가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다양하게 생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하네스버그(남아공)=임원기/안정락/김주완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