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발표] PF 30% 덜어내 급한 불 껐지만…저축銀, 영업환경 악화 부담 계속

BIS비율 개선…최악상황 모면
부동산 냉각 계속땐 손실 가중
이번 정부 대책으로 저축은행 업계는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사주기로 한 3조80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채권은 저축은행들이 갖고 있는 전체 PF 채권의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못해 부실 채권 손실이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저축은행 업계는 3년 뒤에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 캠코가 사주는 채권가격이 향후 매각가격(채권가액의 74~80%)보다 더 떨어질 경우 사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저축은행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실정리 시간 벌어준 것

주용식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6월 결산보고서에서 대규모 부실 채권을 떨어낼 수 있게 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를 하회하는 저축은행은 아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F 부실 채권 손실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사태)이 나타나는 사태는 막았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그러나 "이번에 나온 대책은 정부가 저축은행에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기보다는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이 추가로 예상되는 손실분에 대해서는 충당금을 3년간 나눠 쌓도록 하고,필요할 경우 대주주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과 우량자산 매각,조직 ·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저축은행 위상 재정립 시급

저축은행의 덩치는 예전에 비해 매우 커진 반면 영업 환경은 나빠 저축은행의 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금보호를 받는 저축은행은 손쉽게 많은 예금을 끌어들이고 있으나 이를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2007년까지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후순위 부동산 담보대출은 물론 초기 단계에 있는 아파트 개발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나빠져 부실이 급증하고 금융당국마저 부동산 관련 대출비율 규제에 나서자 저축은행들은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돈이 남아돌자 일부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 낮은 예금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서민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저축은행의 고민이다. 부동산 · 건설 경기 호황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2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들은 소액 신용대출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2002년 말 신용카드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당시 소액 신용대출액 2조8000억원 중 90%가 부실화됐다. 이 경험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아직도 소액 신용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다.

저축은행 104개 가운데 자산이 1조원을 넘는 대형 저축은행은 28개에 달한다. 저축은행 업계의 전체 자산 규모도 2005년 말 38조원에서 지난 3월 말 85조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한 상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의 한 축으로 저축은행이 성장한 만큼 시중은행과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이 같은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