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초조해하지 마라…기본이 강하면 판도 바꿀 수 있다"

LG전자 컨센서스 미팅 결론은 'Back to the basic'
반격 카드는 20~30만원대 '썬더' 앞세워 하반기 스마트폰 대중화 주도
프리미엄TV 집중…수익성 강화
매년 6월에 열리는 LG그룹의 '컨센서스미팅(CM)'은 구본무 회장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미래 성장전략을 논의하는 공간이다. 1989년 이후 그룹 최고의 회의체로 군림해온 유서 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올해 미팅은 상사 디스플레이 화학 이노텍 생활건강 등에 이어 25일 LG전자가 보고를 마치면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단기실적에 연연해 하지 말라"이번 CM의 가장 큰 관심사는 TV와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G전자가 어떤 타개책을 내놓을 것이냐에 모아졌다. 그룹 최고경영자인 구본무 회장이 제시할 솔루션에도 촉각이 쏠렸다. 시장 일각에선 "LG가 스마트폰과 TV부문에서 급속하게 시장지배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애플과 삼성에 대항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시장의 조급한 주문과 달리 구 회장이 내놓은 처방은 "길게 보고 미래를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사업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닥쳤다고 해서 단기 성과에 연연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사업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구 회장은 특히 남용 LG전자 부회장에게 "고객이 인식하지 못한 기대까지 찾아내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가치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사업판도를 바꿀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 등 미래 준비를 가속화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의 메시지가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백 투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눈앞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제조업 기반의 본원적 경쟁력을 찾는데 집중하라는 지시라는 것.LG전자는 이번 CM을 통해 △디바이스 경쟁력 강화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 확대 등의 전략을 내놨다. ◆"결국엔 디바이스다"

LG전자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전략을 실기(失期)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자인한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2007년부터 준비를 해왔지만 소프트웨어 확보 전략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체 전략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그러나 애플 삼성 등 선발 스마트폰 업체들과의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기보다는 스마트폰 대중화가 만개하게 될 내년 초를 기점으로 획기적인 디바이스를 내놓는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구글의 핵심 플랫폼인 안드로이드가 특유의 개방성으로 애플 플랫폼을 추월하게 되는 순간이 LG가 시장을 다시 장악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소프트웨어나 콘텐츠가 중요한 경쟁 포인트지만 개방형 플랫폼이 득세를 하게 되면 또 다시 디바이스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소프트웨어 경쟁력 자체를 외면하거나 경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LG 제품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사용자 환경(UI)을 구축해 강력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삼성의 바다처럼 독자 플랫폼이라고 주장하고 싶진 않지만 (삼성 정도의) 독자적인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같은 전략의 시금석은 오는 9월 출시를 목표로 야심작으로 준비해온 프로젝트명 '썬더'라는 스마트폰이다. 이 제품의 가격은 200~300달러대로 500~600달러를 상회하는 기존 스마트폰의 절반 수준이다.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넘버원'으로 도약하기 위해 썬더가 척후병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LG는 기존 휴대폰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였지만 초콜릿 같은 차별화된 제품으로 세계 3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뒷심을 보여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기선을 내주기는 했지만 제조 경쟁력을 앞세워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웃소싱 거점 정예화

TV사업부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남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약세 때문이다. 최근 2~3년 새 유럽 공략을 확대,이 지역 TV 판매 비중을 30% 선까지 늘렸던 게 되레 위기로 작용한 셈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프리미엄 제품 생산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고 공급망관리(SCM) 효율도 개선키로 했다. 또 원가절감과 함께 시장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분야의 아웃소싱도 정예 거점을 중심으로 재정비하기로 했다. 디자인 등 LG전자의 강점을 극대화한 제품 비중을 늘리는 것도 핵심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글로벌 전략제품으로 출시하는 7㎜ 두께 직하방식 LED(발광다이오드) TV와 72인치 3차원(D) 풀 LED TV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두께,대화면 등 기존 제품과는 한차원 다른 품질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중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TV로 인터넷까지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TV 시대 도래에 맞춰 각종 가전제품까지 컨트롤하는 홈네트워크형 TV 개발에도 나섰다. 내년에는 화질을 극대화한 30인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도 선보이는 등 차세대 TV 시장 이슈 선점에도 나선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LG디스플레이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는 게 무엇보다 큰 힘이다.

조일훈/김태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