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설·저축銀 구조조정 뼈깎는 자구 노력 뒤따라야

건설과 조선 · 해운업종의 총 65개 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퇴출절차를 밟게 됐다.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 채권은행들은 어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이 같은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했다. 특히 건설업계의 경우 건설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아파트건설 경쟁으로 부실을 자초한 회사가 대부분으로,이름이 알려진 시공능력 50위권 업체 5곳이 포함됐다.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공적자금을 동원해 상호저축은행 63곳이 안고 있는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 3조8000억원어치를 사주기로 했다. 저축은행들은 높은 수수료의 단맛에 취해 부동산 PF 대출을 과다하게 늘렸다가 결국 부실만 키움으로써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렸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 선정은 업계 재편과 체질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의 시작일 뿐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채권단, 대상기업 모두 반드시 유념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앞으로 단기간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도 퇴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기업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돈만 쏟아붓고 수명만 연장하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휴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군살을 빼는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다.

둘째, 채권단은 생존으로 방향을 잡은 기업들에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 재조정을 유도함으로써 회생작업에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 주택사업 전망은 하반기에도 밝지 않아 채무 재조정이 늦어질 경우 해당 건설사는 물론 은행들도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셋째, 경제 전반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중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하도급업체를 500여개씩 갖고 있다. 워크아웃이나 퇴출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신규 수주가 어려워지면 협력 업체들이 연쇄도산에 몰리는 것은 물론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캠코는 2008년 말과 2009년 초에도 1조7000억원어치의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사줬다. 이번에 또다시 3조8000억원어치를 매입해줄 수밖에 없게 된 데 대한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정상이나 보통으로 분류된 8조6000억원어치의 PF 대출도 언제든지 부실화될 수 있다.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배당억제,경영합리화 등 자구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상화가 어려운 저축은행의 제3자 매각 추진과 함께 건전성 규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구조조정작업을 몰아서 함으로써 시장불안을 키우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도 곤란하다. 은행들은 평소 여신심사를 철저히 함으로써 상시적인 구조조정 체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