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상생법 처리않고 정부 중재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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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길 한나라 정책위의장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신규 출점에 대해 중소상인들이 조정 신청을 낼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조정 권한을 갖도록 하는 대 · 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이 법 처리 대신 행정당국의 개별적인 설득을 통해 SSM과 중소상인들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중소상인, 정부가 조정…공공요금 인상은 탄력적 적용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사진)은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생법이 통과되면 국내에 진출한 유럽계 유통업체들과의 통상 마찰이 우려되는 만큼 대외 관계와 중소상인의 사정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의장은 "유통법은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지만 상생법은 행정당국의 설득 작업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SSM 규제와 관련,전통시장으로부터 반경 500m 이내를 전통산업 보존구역으로 지정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과 상생법 개정안이 동시에 법사위에 올라와 있다. 야당은 서민 보호를 내세우며 두 법안 동시 처리가 아니면 둘 다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 의장은 이어 하반기 예상되고 있는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 계층과 산업별로 차등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이 받게 될 타격을 감안해 사치성 업소와 빈곤층에 적용되는 전기료,가스값,수도요금 등의 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처럼 사우나,골프장,숙박시설 등 서비스 업종을 사치재에 무조건 넣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고 의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같은 금융규제를 완화할 시기는 아니다"며 정부와 일치된 견해를 밝혔다. 다만 실수요자가 대부분인 전세시장에서 공급이 모자라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책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특히 전세시장뿐 아니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수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경기 진단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비판한 뒤 "공식적인 통계 수치보다 실제 시장에 나가 경제 현황을 보는 것이 중요하며 경제 회복의 여파가 서민층에 가지 않은 상황에서 출구 전략을 성급하게 시행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장은 이에 따라 내년도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을 배려한 사회복지 예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예산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당 · 정 간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할 예정"이라며 "정부 예산을 활용한 복지 확대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회적 기업 육성을 통한 복지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재정 건전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내년 예산 증가율을 5% 이상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신영/서기열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