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발표] 제조업체 6곳·부동산 시행사 14곳 퇴출 대상 D등급에

조선·해운은 소문보다 적어…마무리 수순

채권은행들이 25일 발표한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조선과 해운업체는 모두 네 곳이다. 건설과 조선 · 해운 업종을 제외한 일반 업종에선 45개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으로 꼽혔다. 조선 · 해운 및 일반 대기업의 '살생부'가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및 업계 재편이 뒤따를 전망이다.

◆일반업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늘어나건설과 조선 · 해운업을 제외한 일반 업종에선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으로 꼽힌 기업이 작년보다 늘어났다. 지난해 33개사(C등급 22,D등급 11)보다 12곳 많은 4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이 중 11개사는 상장 기업이다.

일반업종 기업 중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갈 곳은 27개사.금속 및 비금속 관련 제조업 10개사,전기 · 전자 제조업 5개사,비제조업 5개사 등이 포함돼 있다.

여타 대기업 중 D등급을 받아 채권금융회사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18개사에 달한다. 이 중 기계류를 생산하는 업체 등 제조업체 4곳이 포함돼 있으며 나머지는 부동산 시행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과 조선 · 해운 업종을 제외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대부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아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유동성 문제를 겪어온 한계기업이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올라간 데다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경영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혈경쟁으로 적자를 거듭해온 시멘트 회사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정보기술(IT) 업체 등이 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의 판매 대행 및 건설사업을 벌여온 대기업도 명단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 해운에선 구조조정 대상 줄어

조선사 중 한 곳이 C등급(워크아웃 대상)을,두 곳이 D등급(퇴출 대상)을 각각 받았다. 해운업체 한 곳도 C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17개사(조선 7곳,해운 10곳)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조선과 해운사는 대부분 중소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 · 대형사들은 이미 2008년과 지난해 대부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작년에만 7개 조선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해운업계에선 2008년 말 파크로드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고 지난해 세림오션쉬핑 삼선로직스 대우로지스틱스 TPC코리아 등이 잇달아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을 지속해온 조선과 해운업체들이 올해 추가로 워크아웃이나 퇴출 대상에 오른 이유는 세계적인 시황 침체 탓이다. 조선업체들은 지난 2년간 신규 수주가 줄어들면서 계약 때 미리 받는 선수금이 감소한 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유입마저 늦춰지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해운업체 역시 유럽 및 미국 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부는 이번에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조선사에 대해 정상화 작업을 거쳐 수리조선소나 블록공장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 해운업계는 구조조정안에 대해 "큰 충격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작년부터 사실상 조선 및 해운업계에 대한 상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퇴출 대상 업체들은 일찌감치 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1년 전에 매겼던 등급을 업데이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주도 구조조정 순항할까

재계 일각에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 기준을 놓고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정부 뜻에 따라 건설업계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색 맞추기용으로 조선 및 해운업체와 일반 대기업을 끼워넣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조선 및 해운업계에선 업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개별 기업 및 업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부채비율 등의 잣대를 기계적으로 들이댔다는 얘기다.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효과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을 우려해 D등급을 받은 일부 기업의 퇴출을 미루는 등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지금까지 채권은행마다 부실 기업 딱지만 붙여놓고 정작 기업회생 작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나 채권은행들이 좀 더 신중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획일적 잣대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오히려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와 사업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창민/박동휘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