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자본금 3%까지만 헤지·사모펀트 투자할 수 있어

상·하원, 금융개혁안 합의…80년만에 월가 대수술
상업은행은 CDS등 투기적 파생상품 거래 못해
골드만삭스·JP모건 대형은행 수익 타격 불가피
미국 의회가 마련한 금융감독개혁 최종 법안은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강력한 규제안을 담았다. 당초 안보다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와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두 부문의 투기적인 거래는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법안이 발효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 대형금융사들의 관련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다소 완화된 '볼커 룰'상원과 하원의 금융감독개혁 법안 단일화위원회는 두 가지 규제안을 놓고 막판까지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줄다리기를 통해 은행들의 자기자본 거래와 헤지펀드,사모펀드에 대한 투자를 금지토록 한 '볼커 룰'을 일부 완화했다. 볼커 룰은 폴 볼커 백악관 경제회생자문위원장(전 FRB 의장)이 주도적으로 제안해 붙여진 이름이다.

완화안은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면서도 은행들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각 펀드의 자본금 3%까지는 투자할 수 있게 했다. 총 투자금액이 보통주 자본금의 3%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은행들은 막판까지 최대 5% 허용을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영업수익 가운데 약 10%를 자기자본 거래에서 올린 골드만삭스의 경우 관련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화안은 상원에서 통과되도록 야당인 공화당의 표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취한 정치적 포석이다. 상원은 공화당의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차단할 수 있는 슈퍼의석(60석)에서 한 석이 모자란다. 이 같은 의석구조는 공화당의 스캇 브라운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역전 승리하면서 붕괴됐다. 역설적이게도 완화안은 그의 찬성표를 겨냥한 것이다. 브라운 의원은 완화안 덕분에 지역구인 보스턴 내 은행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게 된다.
◆사상 첫 파생상품 규제

그동안 파생금융상품은 장외에서 거래돼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최종 법안은 거래규모가 615조달러에 달하는 파생금융상품을 대부분 표준화해 중앙 거래소와 청산소에서 전자거래 및 청산되도록 했다. 거래 상대방끼리만 알게 되는 거래내역을 투명화하고 부도 시 위험 범위를 제한하자는 게 목적이다.

최종안은 특히 고객들의 예금을 받는 은행들이 신용부도스와프(CDS) 같은 투기적인 파생상품 거래는 법 시행 후 2년 안에 분사토록 했다. 부도가 발생하더라도 해당은행은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금속,에너지,농산물 등과 관련한 파생상품 거래업무도 여기에 포함된다. 법안은 다만 금리와 외환처럼 급격한 변동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 거래업무는 분사하지 않아도 되게끔 허용했다. 대규모 스와프 포지션에 대해서는 부도에 대비해 자본(담보금)을 늘리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감독당국이 하나의 트레이더가 보유할 수 있는 계약수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의 헤지용 파생상품 거래는 이런 요건에서 면제된다.

지금까지 파생금융상품은 월가 대형은행들의 알짜배기 수익원 중 하나였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상업은행들이 파생상품 거래로 얻은 수익은 212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감독당국은 추정했다.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모건스탠리,씨티그룹 등 5대 대형은행의 비중은 97%를 차지했다.

◆헤지 · 사모펀드,보험사도 규제헤지펀드와 사모펀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무적으로 등록해 감독받아야 한다.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주별로 감독을 받아오던 보험사들도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는다. 최종 법안은 이를 위해 재무부 안에 연방보험국(FIO)을 신설한다. 금융위기 때 미 최대보험사인 AIG가 부실화돼 1823억달러의 천문학적인 구제금융이 투입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법안은 이 밖에 자산 1500억달러 이상 은행들의 자본금을 의무적으로 확충토록 했다. 은행 지주회사들이 계열사들보다 적은 자본금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신탁우선주(TruPS)를 자본금으로 두고 있는 은행들은 5년 내 이를 보통주나 다른 증권으로 자본화해야 한다. FRB는 권한과 독립성을 대부분 유지하게 됐다. 하원안에 포함됐던 전반적인 통화정책 감사안은 폐기됐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