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위기가 보약"…'불멸 마케팅' 으로 암흑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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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리얼시장 2위 '캘로그'‥<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대공황 틈타 '포스트' 추월
日선 만년2위 '아사히맥주'‥
불황때 '슈퍼드라이' 출시
1위 '기린' 아성 무너뜨려
경제위기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방 중소기업이나 영세 업체들에 경기회복은 먼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매출과 수익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회사가 많다. 이럴 때 힘과 희망을 주는 한마디는 '위기는 기회'란 말이다. 많은 이들은 이번 경제위기가 끝나면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위기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될 리 없다. 뼈와 살을 깎는 노력과 준비가 필요하다.
위기를 보약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중남미 코스타리카의 아틀라스 일렉트리카(Atlas Electrica)라는 중견 전자회사다. 1961년 코스타리카 카르타고 지방에 설립된 이 회사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 종업원 수 1500명,연매출 1억3000만달러를 올리는 아틀라스 일렉트리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1990년대 중반 찾아온 위기를 혁신적 사고로 극복한 덕분이다.
90년대 중반 중남미의 백색가전 시장이 커지자 쟁쟁한 글로벌 가전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었다. GE · 월풀 · 보스-지멘스 · 메이택 · 삼성전자 · LG전자 등이다. 당시 대다수의 산업 전문가들은 아틀라스 일렉트리카가 이러한 다국적기업들을 이겨내기 힘들 것으로 봤다. 가전산업은 무엇보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등에 업은 규모의 경제,그리고 관련 산업 인프라의 발달 정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틀라스 일렉트리카는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토종업체가 할 수 있는 온갖 전략을 구사해 종전 시장을 지켜나갔다. 우선 냉장고와 스토브처럼 수송비가 적게 드는 두 가지 제품에 주력했다. 또 중남미 어느 곳,단 한 개의 제품이라도 주문만 들어오면 24시간 내 배달하는 물류망을 구축했다. 애프터서비스도 48시간 안에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선진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로 해외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코스타리카 안에서는 경쟁업체들을 인수해 내수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였다.
아틀라스 일렉트리카의 사례처럼 '위기 뒤집기'는 이미 미국 시리얼 시장에서도 벌어졌었다. 1위에 크게 뒤진 2위 업체 캘로그는 대공황을 기회로 삼아 포스트를 따라잡고 업계 1위로 올라서 오늘날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년 2위였던 아사히맥주가 기린의 아성을 무너뜨린 것도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불경기 때였다. 아사히는 야심작인 슈퍼 드라이를 내세워 경쟁업체들의 시장을 조금씩 잠식했다. 이후 종전의 기성층을 향한 '고리타분'한 스타일의 광고에서 탈피해 젊고 밝은 풍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젊은 층 고객을 흡수했다.
아틀라스 일렉트리카와 캘로그,아사히맥주의 사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비법을 뽑아낼 수 있다. 첫째,위기 상황 속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틀라스 일렉트리카의 생존 발전이 가능했던 것은 제품 수송비,물류,애프터서비스만큼은 그 어떤 다국적 거인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캘로그와 아사히도 기존 경쟁사를 능가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지배력 우위를 점하게 됐다.
둘째,쉽사리 모방하기 힘든 창의적 발상을 활용했다. 따라 하기 쉬운 사고와 전략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힘들다. 아틀라스 일렉트리카가 제품력 이외에 물류 등 부가서비스에 착안한 것은 신선한 발상이다. 캘로그와 아사히맥주가 최종 소비자의 니즈를 먼저 간파하고 경쟁사를 앞지른 전략 역시 쉽게 모방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과감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위기는 불확실성을 높이고,불확실성은 기업의 실패 리스크를 높이게 마련이다.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해 포기하고 굴복하는 기업엔 기회가 있을 수 없다. 세계가 경쟁하는 글로벌시장에서 미래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갖는 기업가 정신이 없이는 진정한 기회를 만들기 힘들다. 위기 때마다 '불황마케팅'을 외칠 게 아니라 이를 기회로 만들어 경영의 지속성을 꾀하는 '불멸마케팅' 능력을 키울 때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