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4가지 경우의 수'로 본 하반기 이후 증시

'현상유지론'과 '제2 도약론'.사흘 앞으로 다가온 올 하반기 증시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이다.

현상유지론은 말 그대로 하반기에도 주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반해 제2 도약론은 지난 10개월간 지속됐던 변동성 장세를 끝내고 주가가 재차 상승국면에 진입한다는 기대가 섞인 시각이다. 두 견해는 비단 월가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서도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변수가 많지만 하반기 이후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크게 세 가지 '패러다임 시프트',즉 구조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 중 하나가 하반기에는 정책요인에 의해 유동성을 더 이상 공급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증시로 유입되는 구조전환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행히 얼어붙기만 하던 대내외 자금시장이 풀리는 조짐이 뚜렷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경제활력 지표인 '통화유통속도'가 지난해 1분기 0.696으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올 1분기엔 0.713으로 회복되고 있다. 투자활력 지표인 증거금 대비 총 투자 가능금액인 레버리지 비율도 회복되는 추세다.

또 다른 변수는 위기극복 초기 때 위험자산 투자의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까지 주식 투자에 나설 것인가이다. 국가마다 정도 차가 있지만 '똑똑한 돈'으로 불리는 스마트 머니에 의해 주도됐던 주식 수요기반이 꾸준히 넓어지는 모습이다. 그런 만큼 하반기 이후 주가는 경기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론 나중에 판명되겠지만 세계 경기는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 지속 여부와 관련해 장단기적으로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월가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향후 세계 경기가 어떤 경로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단기적으로 지금의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이른바 '더블 딥' 논쟁이다. 현재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기관 중에는 국제통화기금(IMF),국가로는 미국과 중국 한국 등 신흥국들이 중심이 돼 하반기에도 회복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기관 가운데 전미경제연구소(NBER),국가로는 재정위기에 휩싸여 있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시 입장에서 '더블 딥' 논쟁은 현 시점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느냐,보유 주식을 팔아야 하느냐의 상반된 선택사항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이슈다. 또 다른 하나는 2010년대 세계 경기를 바라보는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이다. 《버블 붐》의 저자 해리 S 덴트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0년대에는 세계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오래 전부터 예고해 왔다.

하지만 미 와튼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 등은 갈수록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중국 인도 등에 의해 2010년대 세계 경기가 지탱될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해 덴트의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기 사이클 논쟁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배분 전략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전망을 놓고 벌어지는 단기 '더블딥'과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을 조합하면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①지금의 회복세가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둔화된다 해도 주가 흐름에 가장 적합한 연착륙되는 장기 낙관 시나리오 ②회복세가 1년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침체되는 단기 낙관 시나리오 ③위기대책 후유증으로 회복세가 위축되다 중장기적으로 성장 추세선에 재진입하는 단기 침체 시나리오 ④하반기부터 경기 침체국면이 오래 지속된다는 중장기 침체 시나리오 등이다. 정도의 문제이지 과거 위기 국가들의 경험과 세계 경제 복원력에 비춰볼 때 각국이 출구전략을 성급하게 추진하지만 않는다면 회복세는 지속된다는 것이 주요 예측 기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위기 이후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는 시대에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세계 경기의 장기 침체설은 국가 간 인구이동과 경제 상호의존에 의해 충분히 보완가능한 문제다.

'네 가지 경우의 수'로 본다면 하반기 이후 2010년대 재테크 시장은 ①의 경우대로 주식과 주식 관련 상품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의 투자성향과 전략을 감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나가야 할 때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