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칭기즈칸과 물류

칭기즈칸은 지구 역사상 가장 넓은 대륙을 지배했다. 그가 정복한 땅은 약 777만㎢에 달한다. 이는 알렉산더 대왕과 나폴레옹,히틀러가 정복했던 땅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크다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을 아우르는 몽골 제국의 등장은 인류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몽골 제국하에서 실크로드는 동쪽으로 중국 대륙 전체를 관통하게 됐으며 서쪽으로는 로마를 넘어 중부 유럽까지 이어졌다. 유교,불교,힌두,이슬람,페르시아,기독교,슬라브 등 동서양의 온갖 문명이 어울리면서 인류 문명사에 큰 획을 긋게 되었다. 고작 10만여명에 불과한 기마병이 전력의 전부였던 칭기즈칸이 이런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그의 위대한 리더십과 유목 민족 특유의 전투 기술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그중 핵심으로 빠른 정보 유통과 물자 보급을 꼽는 의견이 많다. 몽골 기병들은 한 사람이 8마리의 말을 가지고 갈아타며 빠른 기동력을 유지했으며 보급과 무기체계를 단순화해 수천㎞에 이르는 원거리 원정을 가능하게 했다. 또 몽골군은 '쟘'이라고 불린 역참을 최초로 개발해 정보의 전달과 물자,사람의 이동을 원활하게 유지했다.

이렇듯 물류는 역사 이래 항상 그 중요성이 증명되어 왔다. 당초 무역을 위해 개척된 실크로드는 종교와 문화를 비롯한 동서양의 문물이 드나들도록 했으며 중세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Korea의 어원이 된 Corea도 이 길을 통해 서방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상왕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바닷길을 만들어 무역을 활성화시킨 바 있다.

현재도 그러하다. 일본에는 세계 톱 10의 물류기업이 4개나 된다. 이는 과거 1970년대 소니,히타치 등의 일본 제조업체들이 세계를 제패할 때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40%가 국내 물류기업과의 동반 진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물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글로벌 코리아'를 더욱 알리기 위해 세계 구석구석에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문화를 실어나를 수 있는 물류 네트워크가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땅이 좁고 내수가 적어 세계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아야만 하는 우리 기업에는 더욱 그렇다.

혈관이 튼튼해야 혈액 순환이 원활하고 인체가 건강할 수 있다. 기업과 국가가 부흥하려면 마찬가지로 물류가 튼튼해야 한다. 지금 많은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정부도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세계를 제패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위해 800년 전 칭기즈칸의 정신으로 '21세기 실크로드'를 개척해 나가자.

김홍창 CJ GLS 사장 01cjits@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