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출구전략 타이밍 잡기…'통화승수'를 보라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 높아질수록 대출 활발하다는 의미
미국은 하락세…당분간 저금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 0~0.25%로 운용하고 있는 연방기금금리를 동결하고 앞으로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저금리 중소기업 자금인 총액대출한도를 10조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줄였다. FRB는 위기 대응 조치의 정상화를 뜻하는 출구전략을 뒤로 미룬 반면 한은은 출구에 다가섰다.

FRB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시장 여건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힘이 약해졌으며 은행 대출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FRB의 설명이다. FOMC가 성명서에서 밝힌 대로 최근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이 민간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통화량 증가율도 낮아졌다. 현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단기자금을 뜻하는 협의통화(M1)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으나 12월부터는 증가율이 6~9%에 머물고 있다. M1에 2년 미만 정기예금과 금융채 등을 더한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지난해 6월 8.9%를 기록한 뒤 계속 하락, 올해 5월에는 1.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M2를 본원통화로 나눈 통화승수는 지난달 4.27에 그쳤다. 미국의 통화승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8~9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5 안팎이었다. 통화승수 하락은 중앙은행에서 돈(본원통화)을 받아 민간에 대출해 주는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FRB는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 약해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마저 줄어들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같은 심각한 신용경색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출구전략을 미룬 것이다. 반면 한국은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이 민간 대출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의 통화승수는 지난해 12월 25.07에서 올해 2월 23.97로 낮아졌으나 3월부터 다시 상승, 4월에는 25.22로 올랐다. M2 증가율도 지난해 11월 이후 9%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총액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유동성 공급 조치를 일부 없애더라도 신용경색이 일어나거나 경기 회복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