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低물가' 저물고…물가상승률 3%대로 오르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은 2005년 2월 "미국 경제는 수수께끼(conundrum)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계속해서 올려도 장기금리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현상을 그린스펀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금융시장에선 '그리스펀의 수수께끼'라고 불렀다. 실제 FRB는 2004년 6월 말부터 2006년 3월 말까지 15차례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1.0%에서 연 4.75%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4.62%에서 연 4.85%로 0.2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와는 약간 다르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수수께끼가 생겨났다. 높은 성장세에도 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6.0%에 이어 올 1분기엔 8.1%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 들어 1월에만 3%를 넘었을 뿐 이후엔 2.3%(3월).2.6%(4월),2.7%(5월) 등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대의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중기물가목표(3%)를 밑도는 것이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그의 발언이 나온 지 1년 3개월 후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정책금리가 떨어지는데도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 장기 국채에 몰려들어 장기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글로벌 경제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자 2006년 5월부터 장기금리도 뛰기 시작했다.

다음 달 1일 통계청이 내놓는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한국의 물가 수수께끼'도 풀릴지 관심이다. 그간 성장률이 높았던 것은 전년의 위기 국면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단계여서 수요압력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은 덕에 저(低)물가가 가능했다는 진단이 많다.

하지만 기저효과도 사실상 마무리돼 실제GDP가 잠재GDP를 웃도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5월 이후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 여파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제 더 이상 3% 아래에서 유지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물가에 하루 앞서 발표하는 5월 산업활동동향에선 왕성한 산업생산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생산은 4월까지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4월 증가율은 20%에 육박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전년 동기 대비)로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5월 산업생산도 최소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소비자심리지수(CSI)와 함께 양대 심리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30일 양호한 수준으로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29일 내놓는 5월 국제수지 동향에선 25억~35억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지식경제부가 7월1일 발표하는 6월 수출입동향에선 30억~40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된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