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들 '정액분할' 펀드투자로 고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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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주가하락때 일정액 투입박스권 장세가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요즘 서울 강남권 자산가들 사이에 '정액분할 투자전략'이 유행하고 있다. 정액분할 투자란 매달 주가가 급락한 날을 골라 투자원금을 일정한 금액으로 나눠 펀드에 거치식으로 넣은 뒤 주가가 상승하면 한꺼번에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지수 박스권 상단서 차익실현
보통 5~6개월을 잡고 10~15%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투자금을 전액 회수해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시작한다. 일정 기간 동안 원금을 나눠 투자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적립식펀드 투자와 비슷하지만 코스피지수가 크게 떨어져 저점 매수가 가능한 시점을 선별해 거치식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의 정병민 PB(프라이빗뱅킹)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펀드 투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세웠던 분할투자 전략이 최근 박스권 장세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며 "강남지역 PB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정액분할 투자를 하는 자산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테헤란로지점의 경우 올초 10명 안팎에 불과했던 정액분할 투자자가 지금은 50명까지 불어난 상태다. 투자자 1인당 운용액은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에 이른다. 정 팀장은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이 먼저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강모씨(48)는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한 2008년 9월부터 이 같은 투자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차익 실현을 한 뒤,지난 4월29일부터 4번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총 5억원을 투자하는 강씨는 한 달에 한 번,주가가 빠질 때마다 1억원씩 거치식 펀드에 투자해 지금까지 36.41%의 누적수익률을 올렸다. 펀드 포트폴리오는 PB와 상담을 통해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가치주펀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코스피지수가 1550~1750 사이 박스권을 형성한 작년 하반기부터는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지수가 박스권 상단에 도달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강씨는 "박스권 상단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 다시 투자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하반기 박스권을 뚫고 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측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액분할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수시점 판단이다. 담당 PB를 비롯해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류하며 한 달 단위로 지수가 가장 하락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투자에 나선다. 대형 악재로 시장이 패닉에 빠져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고 나올 때가 정액분할 투자자들에겐 기회다. 실제로 강씨는 그리스 재정위기로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 5월25일 1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이 같은 전략에도 문제는 있다. 박스권 이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추가 이익실현 기회를 놓칠 수 있고,예상과 달리 주식시장이 대세 하락에 접어들면 투자 손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에 대해 정 팀장은 "세계경제가 서서히 회복되는 가운데 일부 악재로 주가가 당분간 박스권에서 맴돌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권할 수 있다"며 "단편적인 정보보다는 거시경제에 대한 관점이 더 중요한 투자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