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제자유구역 업그레이드 조건

경쟁력제고 위한 선택·집중 필요
세제혜택 확대, 업종규제 완화를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취임일이 7월1일로 다가왔다. 많은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전임자가 추진해오던 상당수 사업들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수장이 교체된 인천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저조한 외자유치 실적과 베드타운화 가능성을 우려해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을 비롯해 6곳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외자유치 규모는 103억달러이지만 실제 들어온 금액은 15억달러에 불과했다. 6개 경제자유구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도 인구의 2%인 1393명에 그친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경제자유구역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지방행정을 책임질 수장으로서 사업에 대해 재검토를 시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해결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성 싶다. 경제자유구역이 이와같이 된 데에는 지방정부의 책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려면 유수의 해외기업은 물론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들어와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조세감면 업종이 제조,물류,관광,호텔업으로 제한돼 서비스나 첨단기술 등 고부가가치산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처럼 인센티브가 없는데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등에 따라 신 · 증설을 막는 역차별마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들어올 리 없고 한국 기업과의 연계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외국 기업 역시 입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따라서 누가 책임을 맡는다 하더라도 활성화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드러난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불필요한 책임공방을 벌여봐야 득될 게 없다. 이보다 경제자유구역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과제를 추진하는 데 힘을 쏟는 게 더 중요하다.

우선 중앙정부는 난립된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검토를 통해 육성할 곳은 과감히 지원하고 가능성이 희박한 곳은 배제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온전하게 경제논리에 입각해 무엇이 국가경쟁력 제고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경제자유구역과 타지역 사이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내에서의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중국의 사례가 이를 잘 이야기해 준다. 이와함께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 입주할 수 있도록 외투기업 일부에만 적용되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업종규제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도 빠른 시일 내에 완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한다.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과감한 지원에 나서고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업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진정으로 국가경제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선거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임과 동시에 그동안 사업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과도 머리를 맞대고 개발방향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야 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천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대한민국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희망찬 미래를 가져오길 기대한다.

박정동 인천대 교수·무역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