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집중분석] 윈도7 초당 7개씩 팔려…OS세대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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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새 1.5억개…XP 대체중마이크로소프트(MS)가 몹시 억울했던 모양이다. 2007년 윈도비스타 발매 후 호환성 문제가 터졌을 때 모질게 비판했던 언론이 윈도7이 잘나갈 땐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미국 본사가 윈도7 누적판매 실적을 회사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8개월 동안 1억5000만개,초당 7개꼴로 팔았다는 것이다. 컴퓨터 운영체제(OS)로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삼성전자·한진해운 등 윈도7으로 전면 교체 예정
XP에 최적화 펌웨어는 '걸림돌'
윈도7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와 윈도비스타를 대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발매한 컴퓨터 OS.가볍고 빠른 게 장점이다. 현재 대다수 컴퓨터에 깔려 있는 윈도XP는 2001년 10월에 나온 낡은 OS로 4개월 후면 아홉살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XP를 대체하려고 2007년 1월 윈도비스타를 내놓았으나 호환성 부족으로 소비자 불만이 폭발하자 3년도 안 돼 서둘러 윈도7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유통현장에서 판매하는 PC는 96%가 윈도7을 탑재하고 있다. 극소수 기업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펌웨어와 원활하게 호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윈도XP 탑재 PC를 구매하는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PC 메이커들은 윈도7 PC만 내놓는다. 윈도XP를 탑재한 넷북을 일부 생산하지만 오는 10월께 단종한다. 이렇게 되면 윈도XP는 9년 만에 생산현장에서 사라진다.
전사적으로 윈도7 PC를 도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PC 메이커이기도 한 삼성전자는 사내에서 사용하는 PC를 올가을까지 모두 윈도7 PC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미 호환성 확보작업을 끝냈고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연내에 해외 사업장을 포함,전사적으로 윈도7으로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두산 등은 단계적으로 윈도7 PC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작년 10월 윈도7을 내놓을 때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과 함께 호환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2007년 윈도비스타 발매 때 호환성 부족으로 큰 혼란을 겪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7 PC로 인터넷 금융을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일부 금융기업의 보안 프로그램이 윈도7에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윈도7 전환은 업종별로는 금융권이 가장 느리다. 업태가 보수적인 데다 윈도XP PC로 교체한 것도 가장 늦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단계적으로 윈도7 PC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세웠을 뿐 다른 은행 증권사 등은 아직 계획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신한은행을 포함해 다수의 대기업이 윈도7으로 전환키로 한 것만도 다행이다. 윈도비스타 때는 대기업의 전면 교체 실적이 전무했다.
PC 메이커들이 윈도XP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새로 PC를 도입할 땐 윈도7 제품을 고려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윈도7 PC를 도입할 때 또 하나 걸림돌이 있다. 일부 펌웨어는 낡은 OS인 윈도XP와 낡은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6에 최적화돼 있다. 펌웨어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개발자들이 적극 나서주지 않으면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업자들과 함께 브라우저 업그레이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에서는 최근 일주일 새 17만명이 익스플로러6를 익스플로러8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익스플로러6는 2001년 윈도XP와 함께 나온 낡은 브라우저다. 세계적으로 윈도7이 초당 7개씩 팔릴 정도로 잘나가도 익스플로러6가 주요 브라우저로 남아 있는 한 윈도7 전환이 어렵다.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