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중도 해지해도 '페널티' 없다?

3년간 연5.8% 보장 편법 제안
"공정거래 위반…수수료 받아야"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의 적극 개입으로 고금리 경쟁이 잠잠해진 퇴직연금 시장이 두 달 만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금리 이상의 원금보장 상품을 금지한 행정 지도에도 불구,일부 금융사가 다년 계약을 통해 편법적인 고수익 보장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증권이 최근 경남에너지의 퇴직연금 사업자에 선정된 뒤 3년간 연 5.87% 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제안해 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H증권을 비롯 삼성생명 삼성증권 경남은행 등 4개 금융사는 이달 11일 경남에너지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된 뒤 근로자들에게 자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H증권이 제시한 연 5.87%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 금리(연 3.9%선)를 감안할 때 적정 수준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3년짜리라는 점에서 금리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상품을 중도 해지해도 페널티(벌칙)가 없다'고 명시한 점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1년 계약의 경우 연 4.8%선이 적절한 금리 수준인 데도 페널티가 없는 3년짜리 상품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해줘 공정거래 관행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업계에선 지난 4월 금감원이 고금리 원금보장 상품을 제안할 때는 사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등 내부 통제 절차를 마련하도록 지시한 뒤 잠잠해진 금리 경쟁이 이번 사태로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1년짜리를 기준으로 적절한 금리 수준을 정하도록 지도했지만 중장기 상품을 이용한 편법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보험사의 경우 중도 해지시 이율을 조정하고 있고 은행권 정기예금도 해지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만큼 증권사 상품도 페널티를 부과하는 게 맞다"며 "증권사 담당자들을 지난주 만나 해지수수료 없는 장기계약 상품의 편법 운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도 3년짜리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에 중도 해지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이번 H증권 사례의 처리 결과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