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컸던 상반기, 주가는 '맴맴'…기록은 '풍성'

작년 말 1682.77로 마감했던 코스피지수가 29일 1707.76으로 거래를 마쳤다. 6개월간 상승폭이 1.48%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하지만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다양한 기록을 쏟아냈다. 주식형펀드 환매와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팽팽히 맞섰고,기업공개(IPO)가 활발한 만큼 상장폐지 종목도 많았다.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주가는 박스권을 맴돌아도 사상 최고가를 찍은 종목이 수두룩했다.

◆10=국내 펀드시장은 상반기 내내 대량 환매에 시달렸다.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10조2811억원.반기 기준으로 작년 하반기 환매액(9조7040억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수가 상승세를 타면서 1700선에 근접할수록 환매가 거셌다. 코스피지수가 1752.20까지 상승했던 지난 4월의 경우 22일 동안(거래일 기준) 총 3조9768억원이 유출됐다. 환매 탓에 국내 최대 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4월 말 5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2008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22=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월12일부터 4월12일까지 22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연속 순매수 일수로는 1998년 1~3월 중 34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올 들어 28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1조4718억원)였고 현대모비스(9820억원) NHN(6417억원) 우리금융(5459억원) 현대차(5264억원)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은 그러나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4월 말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상반기 외국인 순매수는 5조9317억원으로 작년 하반기(20조4032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43=작년 하반기부터 IPO가 활기를 띠면서 올 상반기 총 43개 기업이 증시에 데뷔했다. IPO 기업 수만 보면 '벤처 붐'을 전후한 1999~2002년에 못 미치지만,상반기 공모주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저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인해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 공모주가 급부상한 것.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는 19조8444억원의 뭉칫돈이 몰려 1999년 KT&G 공모 당시 기록(11조576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스팩 열풍도 상반기 IPO시장의 특징이다. 3월3일 '대우증권스팩'을 시작으로 총 7개 스팩이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증시에 속속 입성했다. '미래에셋스팩1호' 등 대부분 스팩들은 상장 직후 연일 급등세를 타 한때 '과열' 논란에 휩싸였으나 세금문제 등이 걸려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67=지난해 도입된 상장폐지실질심사의 영향으로 '퇴출 광풍'이 몰아쳤다. 상장사들의 2009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들이 '의견거절'을 제시하는 사례가 늘면서 총 67개 기업이 상장폐지돼 반기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 네오세미테크가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퇴출 공포는 극에 달했다.

◆167=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일부 종목에 집중돼 상반기에만 총 167개 종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인방'은 올 들어서도 무서운 질주를 지속,나란히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기 삼성SDI LG이노텍 LG화학 오리온 아시아나항공 등 시총 상위종목 상당수가 사상 최고가 대열에 동참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소비 확대 수혜주로 집중 조명을 받으며 16일 100만원을 돌파,새로운 '황제주'로 등극했다.

김동윤/박민제/서보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