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후보 MB인맥 논란에 결국 원점으로

서울보증보험 사장 선임 파행
"특정지역 또 임명" 비난 부담
내달 13일까지 후보 재공모
서울보증보험 차기 사장 선임작업이 파행 끝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보증보험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3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29일 회의를 열어 차기 사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다음 달 1일부터 13일까지 재공모를 실시해 사장후보를 추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사장 선임 절차는 일단 무위로 돌아갔다.

사추위가 재공모에 나서기로 한 것은 사장 결정권을 사실상 갖고 있는 청와대 측이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서울보증보험 사장 후보는 내부인사인 정연길 감사와 외부인사인 기획재정부 출신의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가 경합을 벌여왔다. 당초에는 정 감사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추위는 심사 과정에서 감사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강도 높은 개혁 조치와 중장기 발전 계획을 제시한 정 감사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감사가 '대통령 측근 인사'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마당에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대통령 측근' 인사 임명 논란이 불거진 상태라 또다시 특정지역 특정학교 출신을 임명할 경우 거센 역풍이 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노조에서도 정 감사가 'MB 인맥'이라는 점을 들어 여러 차례 반대성명을 냈었다.

정 감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 출생인데다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를 졸업해 보험업계에서 대표적인 'MB 인맥'으로 분류돼 왔다. 금융계 관계자는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KB금융 회장에 내정되면서 또 다른 대통령 주변 인사를 주요 금융회사 수장에 앉히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 후배인 어 위원장의 KB 회장 내정으로 국내 4대 금융지주 회사 중 3개사 회장이 'MB 인맥'에 장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인사 라인이 MB정부 출범 후 공기업 등의 사장과 감사는 물론 사외이사 자리까지 정권 창출 공신과 측근 인사들을 대거 앉히려 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차기 사장 선임이 연기되면서 지난 20일 임기가 만료된 방영민 현 사장의 임기는 다음 주총이 열릴 때까지 연장됐다. 이사 부재 등 상법 규정이 준용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마감된 1차 공모에서는 사내에서 정 감사와 김욱기 영업지원 담당 전무,사외에서는 김 전 이사와 이재욱 전 삼성화재 전무,이수룡 전 서울보증보험 부사장 등 5명이 지원했다. 당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문재우 금융감독원 감사는 지원하지 않았으며 방 사장은 지원서를 냈다가 철회했다. 이번에 사장 후보로 경합을 벌인 정 감사와 김 전 이사는 재공모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1차 공모가 무산됨에 따라 보험업계 출신이 차기 사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