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엔스퍼트, 한국형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의 '리더'

"엔스퍼트가 만드는 모든 인터넷 장치(디바이스)는 안드로이드(Android) 운영체제(OS)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위에서 여러가지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되어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업무죠."

2008년 1월 증시에 첫 발을 내딘 엔스퍼트는 인터넷전화(Voip) 단말기를 만드는 인브릭스(옛 네이번스)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이들은 그간 SK브로드밴드가 팔았던 거의 모든 인터넷전화기를 납품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났다. 엔스퍼트는 이후 안드로이드 기반의 차세대 집전화,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모바일TV 칩셋 등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KT,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대표 통신업체들로부터 경쟁적 '러브콜'을 받으며 인기를 구가 중이다.

엔스퍼트는 스스로 인터넷 디바이스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전직원의 90%에 이르는 연구인력을 꼽았다. 현재 엔스퍼트의 직원 120여명 중 90여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너저분한 연구실이 바로 '성장엔진'엔스퍼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셈타워 부근에 있는 11층 짜리 대화빌딩 2층을 빌려 본사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본사에 들어서면 엔스퍼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스마트패드와 스마트북, 미디어폰, 홈미디어폰, 인터넷전화 등 수많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두 개 벽면에 걸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엔스퍼트는 이곳에 직원들이 쉴 수 있고, 회사를 찾은 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깨끗한 응접실도 마련해 놨다. 엔스퍼트 직원들은 이곳에서 쉴 때 조차 자사 제품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끌시끌했다. 엔스퍼트(ENSPERT) 사명은 '끊임없이 노력해서 만들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전 직원이 항상 차세대 디지털 개발에 관한 고민을 하고, 연구진은 직원들의 사소한 생각까지 놓치지 않고 새로운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엔스퍼트의 설명이다.

엔스퍼트의 디바이스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정용 전략기획실 실장은 "전 직원이 연구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직원들의 애사심은 각별하다"며 "특히 엔스퍼트가 경쟁업체들 보다 앞선 기술로 대기업들과 납품계약을 따내는 것은 바로 너저분한 연구실 덕분"이라고 말했다.

엔스퍼트의 연구실은 본사와 같은 건물 7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연구실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90여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반기 전략 디바이스인 '태블릿 홈 스마트폰(SoIP)' 연구에 매달리고 있었다. ◆"이제 집전화로 인터넷 사용하세요"

엔스퍼트는 올 하반기 국내 통신업체 등을 상대로 차세대 집전화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정용 실장은 "엔스퍼트의 SoIP는 태블릿 PC와 기존 집전화를 대체할 차세대 인터넷전화라고 된다"며 "태블릿 홈 스마트폰으로 불리게 될 이 제품의 이름은 'S200'이고,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어 오픈 마켓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공급받아 사용자 마음대로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집전화로 인터넷 검색은 물론 각종 요리법을 그 자리에서 다운받아 요리할 수도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도 집전화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스퍼트에 따르면 S200은 이 외에도 영상통화, HD급 동영상 재생, 메신저 사용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른바 '가정용 스마트폰'인 셈이다.

이 실장은 "안드로이드를 인터넷전화(VoIP)에 적용한 미디어 디바이스는 엔스퍼트의 S200이 전 세계에서 최초"라며 "1기가 헤르쯔(GHZ)의 강력한 CPU(중앙처리장치) 채택으로 각 가지 기능을 구동하고 있고, 7인치의 초경량 LCD를 화면으로 쓰고 있어 사용자의 이동성과 편의성을 극대화 한 디바이스"라고 강조했다.

S200은 가족간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블로그와 메시징 위젯 등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3스크린(모바일기기-PC-TV) 시대를 열어젖히다

엔스퍼트는 앞으로 모바일기기에서 보던 영상물 등을 PC 또는 TV로 옮겨 자유롭게 볼 수 있는 3스크린 시대를 열어젖힐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 실장은 "엔스퍼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3G(3세대)와 와이파이(Wi-FI) 이종 네트워크 간 자유로운 이동과 호환성을 제공해 종류가 다른 디바이스간 컨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3스크린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스퍼트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3스크린 시대에서 선봉장이 되기 위해 인터넷전화, 가정용 스마트폰, 스마트북, 스마트패드, 모바일TV 칩셋에 이르기까지 관련 칩셋과 디바이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

이 실장은 "3스크린 기능으로 개인과 가정용 디바이스를 통합해 '홈 컨버전스' 환경을 제공하는 차세대 디바이스의 새로운 패러다임 위에 서고 싶다"며 "3스크린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멀티미디어 칩셋 개발에 본격 돌입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와이파이 시장의 확대와 FMC(유무선융복합) 서비스 등이 점차 늘어나면서 미디어 컨버전스 디바이스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스퍼트는 지난해 846억원의 매출액과 3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존속법인이던 넥실리온(칩셋 개발사)이 2009년 12월 소멸법인 인브릭스를 흡수합병하기 이전 기준이다. 이 실장은 그러나 올 연말까지 1260억원 가량의 매출액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스퍼트의 2010년 1분기 현재 매출액은 67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향후 S200의 매출 기여도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