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글로벌 악재에 '선방한 코스피'

"내성 쌓였다" 낙관론 우세속 "곪아간다" 비관론도 만만찮아
전문가 "1650선이 단기 저점"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가 유럽 미국을 돌아 또 한번 한국과 아시아 주요국 증시를 강타했다. 'G2'(미국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는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박스권(1550~1750) 상단에 다가설 때마다 어김없이 불거지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처럼 반복되는 악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 1700선 아래로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22포인트 급락한 1678.54로 출발했다.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아래로 밀려나기는 6월15일(1690.03) 이후 보름 만이다. 밤 사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특별융자 중단 소식과 미국의 소비심리 둔화라는 악재가 더해져 글로벌 증시가 줄줄이 하락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외국인은 6월 들어 최대인 3265억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다만 오후 들어 개인과 연기금의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돼 낙폭을 20포인트 가까이 줄인 끝에 9.47포인트(0.55%) 하락한 1698.29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96% 급락한 9382.64엔으로 마감됐고 대만(-1.28%) 중국(-1.09%)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1% 이상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그나마 낙폭이 덜한 편이었다.

◆곪아가는 악재 vs 내성 쌓인 증시향후 증시를 낙관하는 쪽에서는 '익숙한 악재'들에 대한 내성이 점차 쌓여가고 있다는 점에 방점을 뒀지만 임시 방편으로 막아 놓은 악재들이 곪아가고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하락 등 이미 나온 숫자들은 주가에 반영돼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 나올 지표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기술(IT) 등 수출주들의 실적 호조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가수요가 더해져 있다"며 "향후 재고 소진 속도가 둔화된다면 실망감에 따른 매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점도 오히려 부담 요인이란 지적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거듭되는 경기 둔화 우려가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하락 충격이 가장 악성"이라며 "추세가 전환될 경우 홀로 경기선 위에서 버티고 있는 국내 증시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낙폭 크지 않을 듯하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을 해소해가는 과정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윤석 크레디트스위스 전무는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면 기간조정이 더 필요하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실물경기를 훨씬 웃돌았던 '눈높이'가 시정되고 있는 과정인 데다 7월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나온 이후에는 악재의 반영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나올 악재들이 다 나와 있다는 점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내주부터 발표될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양호하고 7~8월엔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1650선 근처를 단기 저점으로 제시했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650선은 경기선인 20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지수대"라며 "경기선이 꺾이면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