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은 포트폴리오 교체중

9일째 1조원 가까이 순매수
금융·철강·정유주 대거 사들여
환매에 시달리는 자산운용사(투신)를 대신해 연기금이 9일 연속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에서 화학 철강 건설 금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스권 하단에 대한 믿음이 커지자 연기금이 중장기 시각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꾸준하게 사들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1083억원어치를 순매수,6월18일 이후 9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이어갔다. 이 기간 순매수액은 9500억원에 이른다. 나흘 연속 주식을 팔고 있는 투신과 대조된다. 연기금은 과거 주가가 급락할 때 저가 매수 전략을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상승장에서도 매수 강도를 높여 주목된다. 코스피지수가 1730선에서 등락을 거듭한 6월22일부터 연기금은 닷새 연속 하루 1000억원 넘게 사들이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700선을 넘어선 이후 변동성이 줄어들자 연기금이 자신감을 갖고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기금은 매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보유 종목도 일부 교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4월26일 연중 고점(1752.20) 이후 하락 국면과 5월25일(1560.83) 바닥을 친 후 지수가 'V자'로 반등한 구간에서 연기금의 공략 종목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연중 고점 통과 후 한 달간 연기금은 상반기 주도주인 현대차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IT · 자동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하지만 반등 장세에서 연기금은 △신한지주 삼성화재 대한생명 등 금융주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주 △에쓰오일 호남석유 등 정유주를 대거 사들였다. 반면 LG전자 현대차 삼성전자는 이 기간 연기금의 순매도 '톱3'에 올랐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연기금은 최대 7조원을 순매수할 여력이 있다"며 "시장을 주도할 수준은 아니지만 하락장에서 안전판 역할은 충분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