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파업ㆍ이면합의…타임오프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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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KEC 노조반대에 직장 폐쇄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노조전임자의 유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노조법 규정에 따라 전임자 수를 줄이기로 합의한 사업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용자가 전임자를 편법 또는 불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임자 유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갈등을 겪는 사업장도 많다.
기아차 등 금속노조 파업 수순
현대重 노조는 전임자 축소
노동부는 법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어디서부터,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다. 30일 노 · 사 · 정 3자 대표가 만나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선진노사문화 선언문을 채택할 방침이었으나 노동계의 반대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곳곳에서 '타임오프' 노사 갈등
금속노조 산하 노조들이 속속 파업에 돌입하거나 수순을 밟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올해 임 · 단협은 노조의 전임자 임금지급 요구와 맞물려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은 타임오프제 관련 제반 사항을 논의하자며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별도 노사 협의를 제안했지만 노조가 모두 거부했다.
경북 구미의 KEC 회사 측은 30일 새벽 3시 직장폐쇄 조치를 내렸다. 노조가 전임자 수 현행 유지,기본급 인상 등을 주장하며 6월21일부터 10일째 전면 파업을 벌인 데 대한 맞불 작전이다. KEC는 직장을 폐쇄하면서 용역을 동원해 노조원 500여명을 공장 밖으로 몰아냈고 노조원들은 공장 밖에서 용역과 대치하고 있다. 회사 측과 전임자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GM대우차 노조는 28~29일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대비 61.6%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했다. 현대제철,현대로템 노조도 전임자에 대한 입장 차이로 쟁의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기존 전임자 제도를 유지하는 내용의 노사간 이면합의가 사업장에서 속출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최근 임 · 단협이 진행 중인 170개 사업장 중 85곳의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 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경주지역의 에코,DSC,광진상공,일진베어링,대림플라스틱,KCO에너지,이너지,오토모티브 등 8개 업체는 기존 노조 전임자 수를 유지하기로 사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오프 한도 사업장도 늘어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노조 전임자를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이 중 절반인 15명의 급여는 노조재정에서 충당키로 했다. 나머지 25명은 생산현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식품회사인 A사 노사는 최근 노조 전임자를 14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경기도 화성의 S공업도 노조 전임자 3명을 파트타임으로 전환했고 경남 창원의 BNG스틸은 노조 전임자 4명을 전임자 2명,파트타임 2명으로 전환했다.
이에 앞서 쌍용차도 16일 유급 전임자 수를 39명에서 7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경남 창원의 비엔지스틸 노사는 최근 전임자 수를 타임오프 한도에 맞게 임 · 단협에 조인했다. 회사에서 임금을 주는 전임자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노조에서 임금을 부담하는 전임자 2명을 두기로 했다. 27명의 유급 전임자를 11명으로 줄여야 하는 LG전자 노사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코레일은 61명의 유급 전임자를 법 테두리인 17명 한도 내에서 줄인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노 · 사 · 정 긴급회동도 무산
노 · 사 · 정 대표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선진노사문화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한국노총의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노총은 현장에서 타임오프와 관련된 갈등과 혼란으로 노총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는 데다 최저임금 협상도 결렬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선언문 채택을 추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노 · 사 · 정 대표들은 규제가 지나치다는 노동계의 지적을 받고 있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일부 수정할 방침이었지만 실무진 논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는 이날 '원칙과 상생의 노사문화를 위한 경제계 결의문'을 채택,과도기 상황에서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조재길/최진석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