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세종시 총리'의 좌절…"더이상 바로잡을 방법 없다"

정운찬 총리, 사의 표명

'세종시 총리'를 자처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진퇴의 기로에 섰다.

정 총리는 30일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의'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 총리의 책임 발언에 대해 '사의 표명'이라는 분석과 '원론적인 이야기'라는 해석이 교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총리가 직접 사의를 표명하는 대상은 대통령뿐"이라며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것은 국민을 향해 사퇴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세종시 수정안에 올인하면서 '세종시 총리'를 자처한 만큼 수정안이 폐기된 이상 총리직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 원고를 작성할 당시만 해도 사퇴 의사를 좀 더 분명히 밝히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회견에서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정 총리가 회견에서 명확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 외국을 방문하고 있는 만큼 사의 표명에 따른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정 총리의 거취는 이 대통령의 결심에 달려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유임과 교체설이 엇갈린다. 6 · 2 지방선거 패배 직후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세종시 수정안 폐기도 선거 패배 직후 이미 예견됐던 일인 만큼 이 대통령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이 유임설의 근거다. 뿐만 아니라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국정 운영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총리 인준 문제로 또다시 야권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총리가 총대를 멨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공식 폐기되면서 사의를 표명한 마당에 국정을 그대로 맡기기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명예로운 사퇴의 길을 선택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귀국하는 7월 초 이뤄질 면담에서 정 총리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진모/홍영식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