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펀드판매ㆍ카드업 진출 논란

금융권 "형평성 안맞아" 반대
정부 기관인 우체국(우정사업본부)이 펀드 판매업과 신용카드업 진출을 추진한다. 이에 대해 은행과 카드사들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남궁민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장은 30일 출범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우체국 창구에서 펀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체국은 점포의 95%가 군 단위 이하 지역에 있는 반면 민간 금융회사는 이 비율이 5% 정도밖에 안된다"며 "국민 편익 측면에서 보면 우체국의 금융사업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단위 이하 지역 주민들은 민간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힘든 만큼 우체국이 금융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금융계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기관인 우체국이 민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경쟁하려면 제대로 민영화한 후에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체국은 예금과 보험(공제) 업무에서도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기관이라는 인식 때문에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인데 펀드 판매와 카드사업까지 진출하는 것은 시장 경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은 농어촌 등 전국 곳곳에 영업망을 갖고 있는 우체국이 펀드 판매와 카드 영업에 진출하면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카드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카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우체국까지 가세하면 과열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우체국이 펀드 판매업에 뛰어들 경우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는 만큼 감독당국이 인가를 해주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상당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펀드를 판매하려면 일정한 자격과 종합적인 금융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우체국에서 펀드를 판다면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체국은 기존 예금과 보험 영업도 공격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남궁 본부장은 "지난해 44조3000억원인 예금 수신액을 2020년까지 100조원으로 늘리고 이 기간 중 보험 총 자산도 28조3000억원에서 70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체국 예금과 보험은 국가가 전액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경쟁이 본격화되면 민간 금융회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주용석/정재형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