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3시간 천하' 가스값 인상

"SK가스가 100원이나 올렸다고요? 그 가격으로 가기는 어려울 텐데요. "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 판매업체들이 7월 공급가격을 발표한 지난달 30일,SK가스가 내놓은 큰 폭의 인상안에 대한 업계의 첫 반응은 이랬다. 이날 저녁 6시께 SK가스는 가정용 프로판과 차량용 부탄 가스의 7월 ㎏당 판매가를 6월보다 100원91전씩 올린 1185원41전과 1579원80전으로 책정했다고 각 충전소에 통보했다. 전월 대비 인상률이 각각 9.3%,6.82%에 달했다. 한 시간여 전에 공급가격을 공표한 경쟁업체 E1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 E1은 프로판과 부탄의 가격을 각각 전월 대비 5.07%,3.04% 인상한 1139원,1523원으로 결정,두 회사의 가격차는 각각 46원41전과 56원80전이나 벌어졌다. E1 측이 "원 · 달러 환율이 상승하며 ㎏당 100원 이상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했지만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지 않고 일부만 반영했다"고 밝힌 터라 SK가스의 가격인상은 원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영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SK가스 관계자도 "E1의 가격을 확인한 뒤 발표한 것을 보면 모르겠느냐"며 이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LPG업체들이 환율 급등으로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SK가스가 밤 8시20분께 LPG 가격을 다시 공지하면서 '호기로운' 인상안은 불과 3시간도 안 돼 없던 일이 돼버렸다. SK는 프로판은 ㎏당 55원,부탄은 46원30전 올리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고,E1과의 가격차는 각각 50전과 2원19전으로 미미해졌다. 제 각각이던 7월 판매 가격이 마치 담합을 한 것과 같은 결과로 되돌아간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일반 소비자들도 ℓ당 몇 십원 차이에 민감한데 충전소에서 50원이 넘는 가격차는 거래처를 다 버리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충전소의 반발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한편에선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가 알게 모르게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LPG를 가격감시 조사 대상 품목 11개에 포함시켜 중점 관리하고 있다. 공급 가격을 크게 올리려다 몇 시간 만에 번복한 SK가스의 결정에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조재희 산업부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