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평규 회장 "수익성 집중…당분간 M&A 않겠다"

S&T대우 기업설명회 이례적 참석
"원전 주기기 사업 참여할 것"
"저 서울 잘 안 올라오는 사람입니다. 서울 좋아하지도 않고요. 전경련 행사에 가도 제 얼굴 보기 힘들 겁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다 말할 테니까 어떤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

최평규 S&T그룹 회장(사진)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계열사 S&T대우의 기업설명회 자리에 그룹 회장이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그는 "S&T대우를 비롯 그룹 전체가 저평가돼 있다"며 "억울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국투자증권 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S&T 기업설명회에서 최 회장은 "S&T그룹의 향후 성장 전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제한 후 뜻밖의 말을 꺼냈다. "최평규가 이런 소리하면 의외라고들 하겠지만 당분간 인수 · 합병(M&A)을 안할 겁니다. 속 시원히 말할 게요. 쌍용자동차는 절대 안 삽니다. S&T가 9% 지분을 들고 있는 한국델파이도 지켜는 보겠습니다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살 만한 매물이 못 됩니다. "

S&T그룹은 2003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7년에도 M&A로 각각 S&T대우(자동차 부품과 방산이 주력)와 S&T모터스(이륜차)를 새로 계열사에 편입했다. 최 회장은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라며 "그룹 계열사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큼 구조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부턴 수익성을 내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열사별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S&T대우만 해도 2008년 말 글로벌 자동차산업 침체로 6000억원에 육박하던 매출이 지난해 4200억원으로 주저앉았지만 올해 68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자동차 부품의 매출 비중을 줄이고 K11 복합형 소총 등 방위산업과 전기모터의 비중을 늘린 덕분"이라며 "구조적으로 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김택권 S&T대우 사장은 "이달 20일 소총 부문 글로벌 방산업체가 S&T대우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방산업체와의 제휴를 비롯 정부가 국책 과제로 선정한 초경량 비행기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장기 과제'라는 점을 전제한 뒤 "원전 주기기 사업에도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S&TC는 펌프류를 자체 개발,지난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시한 원전 기자재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풍력발전 시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이 파워트레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은 많이 했지만 결과가 없다"면서 "S&T중공업은 올 연말에 파워 트레인 시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 이륜차를 선보인 S&T모터스에 대해선 "4000억~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배터리는 SB리모티브(삼성SDI와 보쉬의 합작사)로부터 받지만 전기 모터는 S&T대우가 공급한다"며 "이런 식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그룹 지향점"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