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 확대 시행] (3ㆍ끝) "빅 브랜드만 생존…중소업체는 PB공급사로"

(3ㆍ끝) 식품업체 판도변화
1973년 시장에서 사라졌다가 37년 만인 올해 초 새로 부활한 '롯데라면'.이 제품은 롯데마트 롯데슈퍼 세븐일레븐 등 롯데그룹 유통업체들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판매되고 있지만,정작 생산업체는 롯데가 아니다. 라면업계 2위인 삼양식품과 3위권의 한국야쿠르트가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이른바 롯데마트의 자체상표(PB,이마트는 PL) 상품이다.

한국야쿠르트와 함께 라면시장 3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오뚜기마저 최근 신세계 이마트에 PL라면을 공급했던 점을 감안하면,국내 라면업체 4곳 중 1위인 농심을 뺀 나머지 3사가 모두 대형마트 '하청업체'로 편입된 셈이다. ◆'빅 브랜드'만 살아남는다

이달부터 권장소비자가격(권장가격) 표시를 금지하는 '오픈 프라이스'(판매가격 표시) 제도가 라면 등의 가공식품에 도입되면서 식품업계 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이란 전망이다. 가격 결정권이 유통업계로 넘어감에 따라 구매파워를 앞세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품업체에 대한 가격인하 요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대형마트에 PB상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사례는 라면만이 아니다. 국내 참치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동원F&B는 이마트의 즉석밥 PB상품인 '왕후의 밥'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분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모두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에 대형마트 상표를 붙인 우유와 요구르트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PB상품에 대해선 권장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매가를 매겨왔다. 전문가들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식품업체의 '빅 브랜드'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가격결정권이 완전히 유통업계로 넘어가는 오픈 프라이스제가 시장 전반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대형 식품업체라 하더라도 1위 브랜드를 빼고는 PB상품 제조업체로 전락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도 "유통업체에 대한 협상력을 갖춘 '빅 브랜드'를 제외한 중소 브랜드 제품들은 대형마트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26% 선으로,아직은 미국 월마트(40%)나 영국 테스코(50%)에 비해 훨씬 낮은 상황이다.

◆해외 진출과 서비스 차별화가 돌파구식품업체들은 국내 식품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넓혀가는 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부인력 수혈을 극히 꺼리는 등 식품업계에서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정식품이 중국 베이징에 판매법인을 설치,중국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부장은 "동네 소매점들은 가격보다는 서비스 차별화에 초점을 맞춰 대형마트에 아예 없는 제품을 취급하거나 용량이 다른 상품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식품업체들은 이 같은 유통업체 특성에 따라 용량이나 품목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수/송태형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