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국내에선 '부실 주범' 해외선 '수출 효자'

자원개발ㆍ원전설비 수주…국내기업 든든한 '지원군'
산은, 올해 7조6000억 목표
국내에서는 금융권 부실의 원인으로 지목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프로젝트파이낸스(PF)가 자원 개발과 원전 설비 등 플랜트 수출 산업에서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말레이시아 바이오매스 발전소와 인도네시아 빈탄 석탄화력발전소,카자흐스탄 잠빌 시추선사업 등 올해 7조6000억원 규모의 PF를 추진 중이다.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에는 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이,인도네시아 발전소에는 국내 최초 민자 발전회사인 GSEPS가 각각 참여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효과도 거두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독립국가연합(CIS)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전략 지역으로 선정해 해외 발전 프로젝트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이 올해 신규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이 외에도 △러시아 이나글린스카야와 호주 유연탄광 개발 △바레인 하수처리시설 건설 △터키 이스탄불 해저 터널 건설 △멕시코 볼레오 동광 개발 프로젝트 등이다. PF는 개별 사업의 수익성을 담보로 투자비 등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사회간접자본이나 자원 개발 사업에 주로 활용된다. 국내에서 많이 취급하는 부동산 PF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PF로 분류되지 않는다.

산은은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전 세계에 걸쳐 130건의 사업에 31조원의 금융 주선 실적을 올렸으며 현재도 국내외에서 80여건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산은은 올해 세계 PF시장 규모가 금융 주선액 기준으로 3000억달러에 달하며 이 중 아시아에서만 1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PF 분야에서 강세를 보였던 유럽계 은행들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산은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멕시코 볼레로 동광 개발사업의 경우 유럽계 은행들이 금융 주선에 실패,산은이 이를 맡으면서 국제적인 지명도가 높아졌다. 공세일 산은 PF센터장은 "인도네시아 오만 중국 베트남 호주 예멘 등 해외 PF 사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아프리카와 중동 중남미 러시아 등으로 전략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를 위해 올 들어 아시아개발은행(ADB),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금융회사인 IDC,알제리개발은행(FNI-BAD),이집트 최대 상업은행인 CIB 등과 공동 투자 업무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PF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딜로직'에 따르면 산은의 PF 실적은 2002년 이후 8년 연속 아시아 5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민간자금 유치사업(PPP/PFI) 분야는 글로벌 기준으로 1~2위권이다. 특히 도로 철도 항만 등 수송 분야 주선 실적은 과거 10년간 전 세계 1위를 차지,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산은은 PF 분야의 경쟁력을 민영화 이후 글로벌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도 "아프리카와 중동,아시아의 성장동력을 세계 선두권의 PF 금융기술을 통해 국내로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