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G20 재정투입 축소…금통위 금리정책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한국은행에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지만 정작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할 즈음엔 악재가 터져나와 바라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12월엔 한은의 기대(?)와는 달리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 바람에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사그라졌다. 올 들어 1~4월까지는 저조한 고용 상황이 한은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5월엔 서프라이즈 수준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나왔지만 그리스 재정위기가 터졌다. 지난달엔 헝가리 국가 부도 가능성 등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전이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인상 카드를 접었다.

오는 9일 금통위를 앞둔 이번 달도 상황은 한은에 우호적이지 않다. 캐나다에서 지난달 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향후 3년간 재정적자 절반 감축이 목표로 제시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경기가 재차 하강하는 더블딥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경기 둔화 전망이 퍼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3%(전년 동기 대비)를 밑돌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기 힘든 실정이 됐다. 이런 연유로 금통위는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한은은 지금 불운(不運)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난 뒤 이뤄질 일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글로벌 경제 및 국내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기 직전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2008년 8월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연 5.25%로 인상한 것이다. 불과 한 달 뒤 리먼 파산으로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로 고꾸라지기 직전에 한은은 금리를 올렸던 셈이다. 금통위 전에 최근 경제상황 평가가 국내외에서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일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기획재정부도 같은 날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을 내놓는다. 재정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당분간 현재의 정책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8일엔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전망 수정치를 공표한다. IMF는 지난 4월 세계경제 성장률을 종전 3.9%에서 4.2%로 상향 조정했고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유지한 바 있다. 이번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5% 이상으로 높일 것으로 예견된다. 상반기 성장률이 7%대에 이르고 올 한 해 기준으로도 6%에 육박할 것이란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IMF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어떻게 바꿀지는 예측 불허다. 세계 각국에서 민간부문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G20 국가가 재정지출을 축소키로 한 점이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에 선행하는 생산자물가 동향은 9일 나온다. 5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이 4.6%에 이르렀는데 고공행진이 이어질지에 관심을 둬야 할 것 같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