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하반기 증시 최대敵…'낙관론 위기'와 '비관론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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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실적이 본격 발표되는 어닝 시즌을 맞는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는 갑자기 불거진 '더블 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우려로 주춤거리고 있다.
현재 증시는 기초 여건에 의해 좌우되는 '펀더멘털 장세'다. 기업실적도 중요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경기의 앞날에 쏠려 있다. 이를 확인시키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요즘의 증시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정부에 의해 주도된 경기 회복세를 민간이 이어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러 판단 지표가 있겠지만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경기후행지수가 고개를 들지 관심이다. 이 관계가 확인되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가가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인 것은 경기선행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는 올초까지 상승세가 유지됐다. 경기선행지수가 고개를 들면 3~6개월 뒤 경기동행지수가,다시 3~6개월 뒤에는 경기후행지수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다.
이런 경로대로라면 올 상반기는 경기후행지수가 개선되느냐 여부를 모든 경제주체가 지켜봤던 일종의 '탐색기'라 할 수 있다. 이 기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경기후행지수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 등 일부 국가만이 개선되는 정도다. 오히려 최근에는 경기선행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선 지 5개월째다. 경기선행지수에서 경기후행지수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그 기간이 지연되다 보니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경기선행지수도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지표가 조금만 부진하게 나와도 곧바로 '더블 딥'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정도 차가 있겠지만 1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 국면이 반복되는 OECD의 CLI 성격상 올 연말로 다가갈수록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연말 주가를 좋게 보는 것은 이 요인에 기대를 건 사람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이번처럼 경기후행지수 개선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선 경기선행지수가 재상승한다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이후 증시의 최대 버팀목이 될 경기후행지수의 대표 변수인 고용지표도 갈수록 독립 변수로서의 성격이 강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고용창출계수가 낮은 정보기술(IT) 같은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에선 고용지표가 경기와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경기가 '더블 딥'을 피해간다 하더라도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이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세계경기는 출구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회복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염려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와 금융의 네트워크 효과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경기와 주가를 결정하는 데 이 두 요소의 힘이 더욱 커졌다. 조금만 호재가 나오면 네트워크를 타고 번져 곧바로 낙관론으로 격상되고,반대로 악재가 나오면 순식간에 비관론으로 전환된다.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회피하는 사람이 많은 투자의 세계에선 일단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올 상반기 주가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이 두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순식간에 바뀌는 여건에서는 특정 국가의 경기와 주가 등 각종 가격변수의 흐름은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측 기관들의 예측력이 떨어지고,경제주체들이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진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optimism)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가인 웨슬리 미셸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는 점이다.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가변성이 큰 심리 요인과 갈수록 발전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긍(肯 · 긍정)'과 '부(否 · 부정)','부(浮 · 부상)'와 '침(沈 · 침체)'이 겹치는 최근과 같은 현실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경제주체는 기본,특히 투자자들은 증시 기초 여건에 충실해야 한다. 부화뇌동하면 할수록 투자 결과는 안 좋고,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경기까지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때가 바로 올 하반기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현재 증시는 기초 여건에 의해 좌우되는 '펀더멘털 장세'다. 기업실적도 중요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경기의 앞날에 쏠려 있다. 이를 확인시키는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요즘의 증시 분위기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정부에 의해 주도된 경기 회복세를 민간이 이어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러 판단 지표가 있겠지만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경기후행지수가 고개를 들지 관심이다. 이 관계가 확인되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주가가 비교적 좋은 흐름을 보인 것은 경기선행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복합선행지수(CLI)는 올초까지 상승세가 유지됐다. 경기선행지수가 고개를 들면 3~6개월 뒤 경기동행지수가,다시 3~6개월 뒤에는 경기후행지수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다.
이런 경로대로라면 올 상반기는 경기후행지수가 개선되느냐 여부를 모든 경제주체가 지켜봤던 일종의 '탐색기'라 할 수 있다. 이 기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경기후행지수가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속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 등 일부 국가만이 개선되는 정도다. 오히려 최근에는 경기선행지수마저 하락세로 돌아선 지 5개월째다. 경기선행지수에서 경기후행지수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그 기간이 지연되다 보니 그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경기선행지수도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지표가 조금만 부진하게 나와도 곧바로 '더블 딥' 우려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정도 차가 있겠지만 1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락 국면이 반복되는 OECD의 CLI 성격상 올 연말로 다가갈수록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연말 주가를 좋게 보는 것은 이 요인에 기대를 건 사람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이번처럼 경기후행지수 개선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선 경기선행지수가 재상승한다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이후 증시의 최대 버팀목이 될 경기후행지수의 대표 변수인 고용지표도 갈수록 독립 변수로서의 성격이 강해지는 점을 감안할 때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고용창출계수가 낮은 정보기술(IT) 같은 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현실에선 고용지표가 경기와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경기가 '더블 딥'을 피해간다 하더라도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주요 예측기관들이 예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분명한 것은 지금 당장 세계경기는 출구전략을 논의할 정도로 회복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염려되는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와 금융의 네트워크 효과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경기와 주가를 결정하는 데 이 두 요소의 힘이 더욱 커졌다. 조금만 호재가 나오면 네트워크를 타고 번져 곧바로 낙관론으로 격상되고,반대로 악재가 나오면 순식간에 비관론으로 전환된다. 위험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회피하는 사람이 많은 투자의 세계에선 일단 비관론이 고개를 들면 극단적인 비관론으로 진화되기도 한다.
올 상반기 주가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이 두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순식간에 바뀌는 여건에서는 특정 국가의 경기와 주가 등 각종 가격변수의 흐름은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예측 기관들의 예측력이 떨어지고,경제주체들이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진 것도 이런 연유에 기인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낙관론의 위기'(crisis of optimism) 뒤에 이어지는 '비관론의 오류'(error of pessimism)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기 예측가인 웨슬리 미셸은 "그릇된 낙관론이 위기에 봉착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더 문제인 것은 이 과정에서 그릇된 비관론이 태어난다는 점이다. 새로 탄생한 오류는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낙관론에 흥분한 사람들은 또 다른 흥분 상태로 비관론에 쉽게 빠져든다"고 지적했다. 가변성이 큰 심리 요인과 갈수록 발전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긍(肯 · 긍정)'과 '부(否 · 부정)','부(浮 · 부상)'와 '침(沈 · 침체)'이 겹치는 최근과 같은 현실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경제주체는 기본,특히 투자자들은 증시 기초 여건에 충실해야 한다. 부화뇌동하면 할수록 투자 결과는 안 좋고,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 경기까지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때가 바로 올 하반기다.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