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하반기 증시 전망

'현상유지론'과 '제2 도약론', 최악의 경우 '재침체론'. 이제 막 시작된 올 하반기 이후 증시를 바라보는 증시 참여자들의 다양한 시각들이다. 말 그대로 현상유지론은 하반기 들어서도 주가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오히려 상반기보다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재침체론이다. 이에 비해 제2 도약론은 지난 10개월 동안 지속됐던 변동성 장세를 끝내고 주가가 재차 상승국면에 진입한다는 기대가 한층 섞인 시각이다. 이 견해는 비단 월가 뿐만 아니라 국내증시 참여자들 사이에도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변수가 많지만 하반기 이후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는 크게 세 가지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즉 구조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하반기에는 정책요인에 의해 유동성을 더 이상 공급하기 어려워진 만큼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전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얼어붙기만 했던 대내외 자금시장이 갈수록 풀리는 조짐이 뚜렷하다. 우리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가 지난해 1분기 0.696로 사상최저치로 떨어졌다가 올 1분기에는 0.713으로 회복되고 있다. 투자활력지표인 증거금대비 총투자가능 금액인 레버리지 비율도 회복되는 추세다. 또 다른 하나는 위기극복 초기 때 위험자산 투자에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까지 주식 투자에 나설 수 있느냐도 하반기 이후 주가를 좌우할 수 있는 커다란 변수다. 국가마다 정도차가 있지만 '현명한 돈, 똑똑한 돈'으로 불리우는 스마트 머니에 의해 주도됐던 주식수요기반이 꾸준히 넓어지는 모습이다. 그런 만큼 올 하반기 이후 주가는 경기가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 차후에 판명되겠지만 세계경기는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놓여 있다. 하지만 그 지속여부와 관련해 장단기적으로 '4가지 시나리오'가 월가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향후 세계경기가 어떤 경로로 갈 것인가에 관심이 되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지금의 회복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벌이는 이른바 '더블 딥' 논쟁이다. 현재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기관별로는 국제통화기금(IMF), 국가별로는 미국과 한국 등 신흥국이 중심이 돼 하반기에도 회복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앨런 그린스펀 前 FRB 의장과 기관별로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국가별로는 재정위기에 휩싸이고 있는 유럽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우세하다. 증시 입장에서 '더블 딥' 논쟁은 현 시점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해야 하느냐 아니면 보유주식을 팔아야 할 것인가 하는 상반된 문제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다. 나머지 하나는 남은 2010년대 미국과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이다. 버블론의 저자인 해리 S. 덴트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0년대에는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제라밀 시겔 와튼 스쿨 교수 등은 갈수록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 의해 2010년대 세계경기를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해 덴트의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 사이클 논쟁은 장기 포트폴리오와 자산배분 전략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전망을 높고 벌어지는 단기 '더블딥'과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을 조합하면, ①지난해 2분기부터 회복한 경기가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둔화된다 하더라도 주가 흐름에 가장 적합한 연착륙되는 장기 낙관 시나리오 ②회복세가 앞으로 1년 정도 지속되다가 그 후 침체되는 단기 낙관 시나리오 ③회복세가 위기대책 후유증으로 침체되다가 중장기적으로 성장추세선에 재진입하는 단기 침체 시나리오 ④하반기부터 침체국면에 진입한 경기가 오래 지속된다는 중장기 침체 시나리오 등의 네 가지 조합이 나온다. 정도의 문제이지 과거 위기국의 경험과 세계경제 복원력 등을 감안하면 각국이 성급하게 출구전략만 추진하지 않는 경우 회복세는 지속된다는 것이 주요 예측기관들의 시각이다. 또 위기 이후 글로벌화가 급진전될 시대에 있어서는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세계경기의 장기침체설은 국가 간 인구이동과 상호경제 의존도에 의해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문제다. '4가지 시나리오'로 본다면 올 하반기 이후 2010년대 재테크 시장은 첫 번째 경우대로 주식과 관련 상품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머지 경우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개인의 투자성향과 전략 등을 감안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