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탐방단 '교토식 경영' 현장을 가다] "리콴유·고르비도 칭찬한 MK택시, 직접 보니 과연 감동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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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참가 기업인들이 본 교토 기업MK택시 본사는 일본 교토다. 그런데 교토에서 MK택시를 타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대부분 전화로 예약한 뒤 타기 때문에 일반인이 택시 승강장에서 승차하기는 힘들다. MK택시는 단순한 운수회사가 아니다. 최고급 서비스업체다. 이런 자리에 오른 비결은 뭘까.
MK택시뿐 아니라 교토의 우량기업들이 어떻게 승승장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3박4일 동안 '제1차 교토식 경영 탐방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MK택시,호리바제작소,옴론,교세라 등을 둘러보고 '교토식 경영'의 저자인 스에마스 지히로 교토대 교수로부터 강연을 들었다. 이번 탐방단에는 선병원 신성CS 이브자리 휴먼텍코리아 와이솔 현대위아 동경인베스트먼트 이원솔루텍 등의 대표와 임원 등 16명이 참가했다. ◆MK택시=교토에 있는 MK택시.장맛비가 내리는 지난달 23일 오전.이곳에서 큰 소리로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15명의 신입사원이 교육받는 중이었다. "안녕하십니까. MK택시입니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아 ○○로 가십니까. "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입사한 지 3일 된 신입사원 시미즈 마사노리씨(28)는 왜 MK택시에 지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비스에 감동해서"라고 답한다.
이곳에 모인 예비 택시기사들은 2주간의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최병룡 부회장비서는 "자신들은 단순한 택시기사가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교육은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손님 모시는 법을 보자.인사와 안전벨트 안내는 기본이다. 승차시 머리를 다치지 않게 다른 손으로 문 위를 잡고 뒷문을 열어준다. 실내온도가 적당한지 묻고 온도를 조절한다. 도착 후 뒤로 돌아가 문을 연 뒤 잃어버린 물건은 없는지 묻는다. 비가 오면 우산으로 서비스한다. 이때 반드시 먼저 빗물을 턴 뒤 손님에게 씌워준다. 이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한다.
최 비서는 "입사조건은 없다"며 "운전면허가 없어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은 "다른 택시회사의 경험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쁜 것을 배우면 고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4년제 대학을 나온 학사기사는 별도로 모집한다. 최 비서는 "1977년부터 학사기사를 별도로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경쟁률이 치열할 땐 100 대 1이 넘기도 했다"고 말했다. MK택시는 재일교포 유봉식 회장이 1960년 택시 10대로 교토에서 시작한 택시업체다. 당시엔 택시기사들의 불친절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데다 수입도 적었기 때문이다.
MK택시가 이를 바꿔놓았다. 이 회사의 성장과정은 종업원 존중의 역사요,눈물겨운 투쟁의 역사다. 유 회장은 초창기에 운전기사들의 결근이 잦아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가정을 방문해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예닐곱 명의 한가족이 단칸 셋방에 사는 경우도 있었다. 밤 근무의 경우 낮에 자고 나와야 하는데 집에서 제대로 쉴 수 없으니 결근이 잦았던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결한 게 내집 마련이었다. 창업 이듬해인 1961년 독신용 주택 14개실,가족용 주택 14개실의 미나미홈센터를 건설했다.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것이다. 1972년에는 신체장애인 우선 승차제도를 마련했고 1980년대엔 택시비 인하운동을 추진했다. 이런 운동이 일본 사회를 바꿔놓았다.
이제 MK택시는 도쿄,교토,오사카,나고야 등 8개 도시에서 2000여대의 일반 택시 및 최고급 택시(하이어 택시),관광버스 등을 운행하는 굴지의 택시업체로 성장했다. 프랑스 영화배우 알랭 들롱,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도 일본 방문시 의전용 차량 대신 MK택시를 이용하기도 했다. 조병숙 신성CS 사장은 "MK택시의 세심한 서비스는 정말 감동적이고 배울 점이 많다"고 밝혔다.
◆옴론=교토역 부근에 있는 옴론의 본사 2층엔 재미있는 신제품들이 많다. 예컨대 나이 판별 카메라 앞에 서면 자신의 나이가 얼굴에 표시된다. 일본인 100만명의 평균데이터를 입력한 뒤 카메라에 찍힌 화상의 이목구비와 주름살,눈의 처진 상태 등을 비교해 나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테스오 키이 총무부장은 "백화점 병원 등에 점차 보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옴론의 핵심역량은 센싱과 컨트롤 기술"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옴론은 1933년 오사카에서 창업한 뒤 1945년 교토로 옮겼다. 현재 전 세계 직원은 모두 3만6000명이며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매출 5247억엔,영업이익은 130억엔에 달했다.
테스오 부장은 "옴론은 무엇보다 기술 개발을 중시한다"며 "이를 위해 7 대 3의 원리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7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면 30%의 리스크는 감수한다는 의미다. 가정용 혈압계 분야에선 부동의 1위다. 이런 도전 정신과 기술력이 오늘의 옴론을 만든 것이다.
◆교세라='50년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기업''아메바 경영''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창업자(현재 명예회장)' 등 교세라를 수식하는 용어는 수없이 많다.
1959년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자본금 300만엔,사원 28명으로 타사의 창고를 빌려 시작한 교세라는 지금은 종업원 6만명에 매출 1조엔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생산제품은 파인세라믹 부품을 시작으로 반도체부품,절삭공구,태양열 에너지 부품,의료용 재료,정보기기 및 통신기기로 이어졌다. 분야별 매출(2008 회계연도 기준 1조738억엔)을 보면 부품이 51.3%,각종 기기가 39.2%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노우에 게이지 교세라 홍보실 부책임자는 "교세라의 특징은 튼튼한 재무기반과 높은 기술력"이라고 요약한다. 지속 발전을 위해 교세라가 창안한 정책이 '아메바 경영'이다. 회사 조직을 소집단으로 나눠 그 소집단이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 회사도 창업 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바로 이나모리 명예회장이 고안한 '인생방정식'이 해결책이었다. '인생과 일의 결과=사고방식?C열의?C능력'이라는 공식이다. 이 중 능력과 열의는 0에서 100까지로 이뤄져 있다.
다만 사고방식은 -100에서 100까지다. 만약 사고방식이 마이너스면 모든 게 마이너스가 된다. 이노우에 부책임자는 "교세라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은 아니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하다"며 "나쁜 사고방식을 갖고 있으면 반드시 고치는 게 교세라의 문화"라고 강조했다.
'교토식 경영'의 저자인 스에마스 지히로 교토대 교수는 교토기업의 특징을 "특화기술,오픈수평분업,해외 중시,부품기술,선택과 집중,기술자 사장,비판정신,독립심 등"이라고 설명했다. 정한슬 휴먼텍코리아 이사는 "일본기업이 최근 침체를 겪는 것은 '한번 해보자'는 파이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런 면에서 교토기업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교토(일본)=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