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발레단 솔리스트 계보 잇는 서희

[한경닷컴] 세계 유명 발레단에서 주연급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가 한 명 더 늘어났다.주인공은 선화예술학교와 국내 유니버설발레단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 출신의 서희(24)다.서씨는 지난 2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정상급 발레단으로 손꼽히는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솔리스트로 승급했다.2004년 주니어 발레단 격인 ‘ABT 스튜디오 컴파니(현 ABTⅡ)’에 입단, 2006년 메인 컴파니의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군무) 무용수가 된 지 4년 만이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솔리스트의 계보는 강수진씨 이외에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지영씨가 대표적이다.김씨는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2005년에 세컨드 솔리스트 승급을 통과했고 2010년에는 주역급인 퍼스트 솔리스트로 올라섰다.서희와 선화예술학교 등에서 함께 공부한 강효정씨도 200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해 지난 5월 솔리스트의 자리에 올랐다.이에 앞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2000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들어가 2005년 솔리스트가 됐다.서씨의 솔리스트 데뷔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ABT의 ‘지젤(Giselle)’‘라 바야데르(La Bayadere)’‘라 실피드(La Sylphide)’‘백조의 호수(Swan Lake)’ 등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오다 작년 7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아 주역으로 데뷔한 것.

어려서부터 서씨를 지도했던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예술성이 매우 뛰어나고 무대 위에서 내면의 풍부한 감성을 표출함으로써 관객과 교감할 줄 아는 발레리나”라며 “열두 살 늦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지만 팔과 다리가 길어 신체조건이 좋은데다 춤이 우아하다”고 평가했다.

서씨는 1986년생으로 우연히 선화발레콩쿠르에 출전하게 되면서 장학생으로 선화예술중학교에 입학했다.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는 워싱턴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에 재학 중 2003년 스위스 로잔콩쿠르에서 입상했고 다시 독일의 존 크랑코 발레학교를 거쳐 ABT에 입단했다.168cm의 큰 키에 팔과 다리가 긴 것이 특징.무릎은 들어가고 발목은 아치형으로 튀어 나와 발레리나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다리 라인을 갖고 있다.지난해 미국에서 발간되는 발레 매거진 《포인트(Pointe)》 10월호의 커버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서희는 7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또다시 줄리엣으로 무대에 오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